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영광도 잠시, 두산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코치도, 자유계약선수(FA)도 하나 둘씩 팀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전후로 김원형 김민재(이상 SK) 조성환(한화) 조인성(LG) 코치가 이적했고, 이제는 선수들 차례다. 무려 9명의 선수가 FA로 풀렸다. 여러 팀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3루수 허경민과 2루수 최주환을 비롯해 1루수 오재일, 유격수 김재호까지 주전 내야수는 전원 FA 자격을 갖췄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8일 FA 권리를 행사하는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하면 29일부터 모든 구단과 교섭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구단들의 사정이 좋지 않지만 모기업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두산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들을 눌러 앉히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도 직감하고 있다. 오재원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 멤버가 같이 뛰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각자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 한다.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두산은 2010년대 '왕조'를 구축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팀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현수(LG) 양의지(NC) 민병헌(롯데)을 떠나 보내야 했다. 하지만 선수 발굴에 탁월한 지도자들의 혜안과 구단의 시스템 덕에 공백을 최소화하며 정상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역시 '재활용'으로 재미를 봤다. 올 시즌에도 KT에서 데려온 라울 알칸타라가 20승 투수로 환골탈태하며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크리스 플렉센과 호세 페르난데스까지 3명 모두 잔류가 불투명하다.
FA와 외국인선수의 계약 현황에 따라 두산에겐 생소한 '리빌딩' 모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코치들이 한국시리즈 도중 어렵게 이적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말없이 보내줬다는 후문이다.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김 감독은 NC와 한국시리즈 패배 후 "FA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으로선 또 구상을 해야 한다"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가을 잔치'가 끝난 뒤 두산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혹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