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의 외교전략은 완전히 뒤집힐 것으로 예상한다. 한미동맹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북핵 문제 역시 한국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더욱 섬세한 외교 전략이 마련될 것이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출신의 밥 우드워드 미국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이 내다본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정책의 골자는 ‘신뢰와 협력’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다자 외교 복원을 천명한 가운데 북핵 문제에서도 한국의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9월 출간된 신간 ‘격노(rage)’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내밀한 국정운영 실상을 폭로했던 우드워드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 공동 주최로 열린 '2020 코라시아포럼(THE KOR-ASIA FORUM 2020)'의 특별강연 첫 연사로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상 강연으로 진행됐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당선인을 “국가 안보 전문가”라 칭하며,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년 세계는 장기 목표를 상실한 트럼프의 충동적인 의사결정에 신음했지만 이제는 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미국을 보호할 수 있는 전략적 계획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한미동맹을 긴장관계로 내몰았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는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가 강해질수록 강해진다는 걸 알고 있다”며 “'미국이 호구(suckers)냐'며 엄포를 놓았던 트럼프와는 다를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핵 문제의 경우 북미 정상간의 담판이 아닌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해결 방식으로 선회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과 트럼프는 더 이상 ‘러브레터’를 교환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심각하게 와해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공동의 외교안보적 노력을 주문했다. 북핵 해결 모델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과 맺었던 핵 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형태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북핵 해결은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단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핵 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김정은과의 관계에서도 한국을 포함시키는 섬세한 외교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며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보다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강연에선 '격노' 집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19번 인터뷰를 통해 들은 북미 회담 전후의 뒷얘기도 소개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와 주고 받은 친서에서 북미관계를 “판타지 영화 같다”고 묘사했고,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는 대목 등이다. 북미관계가 2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어그러진 건, 트럼프는 북한 핵시설 5개 폐기를 요구했지만 김정은이 1개만 포기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집권한 동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기를 보냈지만,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어 나갈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가져올 대외 정책 변화에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