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 "한국, 세계 리더로 돌아온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

입력
2020.11.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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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는 한미 간 전략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이미 경쟁관계 변모한 미중... 디커플링은 없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을 되찾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 한국을 북한 등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미국의 헌신은 굳건하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던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전망한 ‘바이든 시대’ 미국 외교의 핵심이다. 번스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2020 코라시아 포럼’ 영상강연에서 “최근 몇 년 간 한미 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고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돼 왔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내기도 한 번스 교수는 “바이든 인수팀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차기 정부를 대표해 발언할 수는 없지만 전직 외교 공무원으로서 미국은 다시 신뢰할 수 있는 세계의 리더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독자 행동을 했던 것과 달리 다시 동맹국과 국제기구와의 협력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 취임 직후 미국의 파리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향후 모든 행정부와 의회에서 우선과제로 삼게 될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은 한미 간 전략적 논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한국의 역할을 경시한 점이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골자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국무부 차관 재직 시절인 2005년의 6자회담(미일중러남북)을 언급하며 “새로운 협상이나 외교 정책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 간 긴밀한 전략적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ㆍ전술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줘 양국을 분리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시도는 좋았다"며 “이전에 이 같은 협상이 없었기 때문에 한미가 북한에 대해 효과적인 관여정책을 펼 수 있는지 일종의 시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번스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중 갈등은 바이든 시대에도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중 관계는 협력에서 경쟁으로 변모했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과의 경쟁에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문제 △디지털 군사기술 △공정한 교역 등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번스 교수는 "미중 경쟁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대응에 있어서 중국·한국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미중 양국은 치열한 경쟁관계와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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