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완패 학습효과? ‘3차 재난지원금’ 선수 친 국민의힘 노림수

입력
2020.11.24 22:00


1, 2차 재난지원금 이슈 주도권을 맥없이 여권에 넘겨 준 국민의힘이 3차 재난지원금 이슈를 잡아채고 "이번엔 밀리지 않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 다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4ㆍ15 총선에서 여권의 재난지원금 득표 효과가 상당했다는 건 여야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국가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게 보수 정당의 오랜 기조이지만,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총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은 듯하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3조 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으로 직격탄을 맞는 택시, 실내체육관, 학원, PC방 등 피해업종 지원과 위기 가구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해 재난 지원금을 필요한 곳에 제 때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선 “한국판 뉴딜 사업 등 선심성, 전시성, 낭비성, 홍보성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민생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곧장 보조를 맞췄다. 그는 “코로나19 3차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게 되면 내년 상반기 또는 훨씬 더 이른 시간 안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을 전제로한 예산 편성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간 보수 정당은 현금성 재정 지원을 '나라 거덜내는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해 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당 지도부는 입장을 바꿨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해선 이미 당내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김 위원장이 23일 처음으로 필요성을 주장한 뒤 곧바로 정책위 차원에서 구체적 액수를 제시한 것은 국민의힘이 이슈를 주도하기로 작정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23일 “다음 달 2일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인 내년도 정부 본예산에 코로나 관련 재난지원금이나 경제 관련 대책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내년 1월 추가경정예산이 거론될 거라면, 본예산 통과 전에 예산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선제적 제안에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내년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예산 편성과 집행의 책임은 결국 정부ㆍ여당이 지게 된다는 점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주장이란 판단도 깔렸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제안을 받을 경우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따르고, 받지 않으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을 딜레마에 빠뜨리려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을 거란 얘기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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