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뿐 아니라 대구 광주에도 국비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특별법을 여ㆍ야가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7일 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건설을 ‘근본적 재검토’하라고 결정한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이어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대구ㆍ경북에, 민주당 의원들은 광주에 신공항을 짓는 특별법을 추진하자 이를 모두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제안이 “대한민국의 역동적 미래를 가꾸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1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투입해 공항을 3개 더 짓는 것은 ‘역동적 미래의 초석’이 되기보다는 ‘기후 악당 한국’의 오명을 강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1㎞를 움직일 때마다 여행객 한 명당 비행기는 이산화탄소 285g을 배출해 버스(68g)의 4배, 열차(14g)의 20배를 더 많이 내뿜는다. 유럽을 중심으로 비행기 여행을 중단하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속속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 비행기 여행 억제 움직임은 사회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항공사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권을 삭감할 계획이며, 미국 바이든 정부도 비슷한 조치를 할 움직임이다. 스위스는 최근 자국 출발 항공권에 최대 120스위스프랑(약 14만6,000원)의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하는 민간 항공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탄소 실질 배출량 0)을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낙연 대표가 신공항 3개를 더 짓는 계획을 발표하던 날,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비중이 큰 수송ㆍ발전 부문 절감 방안에 집중했다. 대부분 경유 가격ㆍ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들 부담이 늘어나는 내용이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신공항 건설보다, 항공 수요를 고속철로 유도할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진정으로 미래의 초석을 마련하려는 대권 도전자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