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오 넘어가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한산하네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식집 사장 최승주(44)씨는 카운터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만 해도 20평 크기 매장의 10여개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날은 5명이 전부였다. 최씨는 "주변 회사들 대부분이 재택 근무에 들어가면서 저녁 예약도 절반 가까이 취소됐다"며 "2단계가 끝나는 다음달 7일까지 눈물을 머금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당국이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서울 번화가 상인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방역을 위한 정부 조치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예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당국이 2단계 조치를 시행한 건 지난 9월 13일 이후 72일 만이다.
이날 사무실이 밀집한 광화문과 강남 일대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테이블이 절반도 차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재택 근무에 들어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손님이 줄어든 탓이다. 역삼역 인근의 한 한식집은 테이블간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4인석에 한 명만 앉는 등 전체 좌석의 3분의 1만 채워진 모습이었다. 점원 박모(33)씨는 "평소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도 없는데 손님이 반토막이 나서 할 일이 없다"며 "체감상으론 지난번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전했다.
인근의 다른 고깃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장 송훈종(57)씨는 "점심 손님은 어제부터 줄었다"면서 "주변에 있는 대기업 직원들이 재택 근무를 하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패스트푸드점 등에는 손님이 몰리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햄버거 가게 점원 심모(25)씨는 "어제보다 점심시간 주문이 20%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포장 및 배달 주문도 지난주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역삼역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북적였다. 좌석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지만, 식사 전부터 마스크를 내린 채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홍모(29)씨는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화된 조치로 매장 풍경이 가장 크게 바뀐 곳은 매장 내 음료 섭취가 전면 금지된 카페들이었다. 점심시간이면 매장 안팎에 마련된 좌석이 만석이 됐을 평일 오후지만, 이날 도심의 대형 카페에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부 매장은 아예 테이블과 의자 등을 한쪽에 쌓아놓거나, 접근 금지 테이프를 부착한 채 포장 영업만 하고 있었다.
서울 성북구의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권모(30)씨는 "매장 손님이 없어 QR코드 확인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삼역 인근 카페 직원 김영주(32)씨는 "평소엔 점심 식사 후 담소를 나누는 손님이 많았는데, 매장 이용을 못하니 손님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전했다. 서초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니저도 "손님이 3분의 1 가량으로 줄어, 매장 근무자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거리두기 때와 달리,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카페에서도 매장 영업이 제한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도 새어나왔다. 오전부터 정상 영업 중이던 강남의 한 카페 사장은 "손님이 아예 앉지도 못하게 하는 건 영업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초역 인근의 다른 카페 사장 정모(38)씨는 "거리두기 2.5단계 때도 프랜차이즈만 막으니 개인 카페로 손님이 몰리는 등 역효과가 났다"면서 "힘들지만 모두 금지하는 게 방역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