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이용과 병원 진료가 줄어 보험금 지급이 감소하면서 올해 순이익은 늘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의 또 다른 수익 축인 ‘투자’ 분야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은 5조 5,7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 2,552억원) 보다 3,195억원(6.1%) 증가했다. 손해보험사 순이익은 2조4,2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9억원(10.2%) 늘었다. 생명보험사 순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46억원(3.1%) 증가했다.
보험사의 순이익 개선에는 ‘보험영업 손실’이 줄어든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자동차사고 및 병원 진료가 줄면서 자동ㆍ장기보험 손실이 줄어 보험영업손실이 5,428억이나 감소했다. 실제 이 기간 동안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4.5%포인트, 장기보험 손해율은 0.3%포인트 감소했다.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가입이 늘면서 보험영업 손실이 지난해보다 약 4,083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보험사가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다시 여러 자산에 투자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투자 수익’은 보험사 수익 구조를 지탱하는 축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환율ㆍ금리 하락으로 외화환산 이익과 이자수익이 모두 감소했다는 게 금감원 분석이다.
금감원은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 보험사가 고수익을 노리고 진행한 ‘대체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처인 주식ㆍ채권이 아닌 부동산ㆍ실물 자원 등 새로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만큼 원금 손실 등 위험도 높다. 지난 7월 16일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2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주요 위협요인을 물었는데, 41%가 투자수익 감소를 꼽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국내ㆍ외 대체투자가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하면 대체투자에서 고위험 자산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채권의 이자수익도 감소해 앞으로 투자 수익 개선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 상황에 대해 “영업여건 및 투자환경 악화로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의 동반 저하가 우려된다”고 진단하고 “보험사가 손실흡수능력을 올릴 수 있도록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