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70%는 입원 필요없는 경증... "자가치료 해야 겨울 버틴다"

입력
2020.11.24 17:10
수도권 중환자 병상 25개뿐 ... 다음 주 아슬아슬
국립중앙의료원 "자가치료 기준 마련해야"  촉구

국립중앙의료원이 정부에 코로나19 환자의 자가치료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25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겨울철 유행을 견뎌내려면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코로나19 환자들은 자기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선 위중한 사람이 병상 써야"

중앙감염병병원으로 감염자 치료 최일선에 서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은 24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가 치료 기준을 마련해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들의 자가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13일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경증 환자의 자가치료 자체는 허용됐다. 코로나19에 일단 감염되면 무조건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게 아니라 증상이 없거나 약하면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하지만 정부는 자가치료 환자 분류 기준, 자가치료 때 지켜야 할 치료와 생활 수칙, 증상이 심화될 경우의 대응방안 등 법 실행에 필요한 세부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없으니 개정안이 만들어졌음에도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자는 모두 입원하고 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국내외 자료를 보면 젊다거나 하는 몇가지 조건이 맞으면 별 문제 없이 코로나19가 낫는다”며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집에서 치료받고, 노약자나 기저질환자들 같은 위험한 환자들만 병상을 쓰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는 장비, 인력 등 의료자원을 어떻게 해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원 필요한 환자는 30%뿐 ... 방역당국 "검토 중"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전체 환자 중 실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이들은 30%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영수 기획조정실장은 “전체 환자 중 중 중증 환자는 2% 정도,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20~30% 정도”라며 “나머지 70%는 자가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의 모니터링에 따라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는 등 집에서 치료하다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으로 이송되는 체계가 마련되면 자가치료도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여전히 검토 중이기만 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국립중앙의료원 간담회 이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가치료 문제는 이미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자가치료 기준 등은 사실상 다 만들어뒀다"면서도 “지금은 시설, 인력, (국민들의) 수용성 등을 좀 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현실화하는 병상 부족... "중환자 병상 다음주 소진 우려"

하지만 병상 소진 가능성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파악한 바로는 23일 기준 수도권의 중환자병상 수는 125개로, 남은 병상은 25개뿐이다. 최근 2주간 환자 발생 추이에 따르면 하루마다 중환자 3,4명이 생기기 때문에 1주일만에 모든 병상이 소진될 수 있다. 병상을 20여개 정도 추가 확보해도 1주일이면 끝난다. 주영수 실장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12월 둘째주부터 중환자 병상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자가치료 이외에도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치료 능력이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제공 △호전된 환자의 일반 병상 이동 △추가 병상 신설 및 간호인력 양성 △의료진 부담을 덜기 위한 개인보호구 적정화 등이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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