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대립이 격화할수록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꽃바구니는 늘어났다. 지난 24일 추 장관이 사상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전격 발표한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꽃들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추-윤 지지자들이 두 사람의 집무 공간인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각각 늘어 세워 왔던 응원의 꽃 선물은 지난 23일 법무부 청사 앞에서 맞붙었다. 윤 총장에 대한 응원 화환이 추 장관을 비난하는 근조 화환으로 바뀌어 법무부 청사 앞에 등장한 것이다. 그에 질세라 추 장관 지지자들은 이날 꽃바구니 배달운동으로 맞섰다. 지지자들이 벌이는 꽃들의 전쟁은 추-윤, 두 사람의 대립각만큼이나 첨예하게 맞선 국민 여론을 상징한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22일 법무부가 입주해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담장 앞에 20여개의 근조 화환을 늘어 세웠다. 장례식장에서나 볼 수 있던 흰색 화환엔 ‘사망 법무부’ ‘추 법무 사망선고’ ‘정치가 검찰을 죽였다 칼춤 그만 추시죠’ 등 추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검찰개혁을 앞세운 추 장관의 거침없는 행보를 비판하는 동시에 윤 총장의 입장을 두둔하는 일종의 시위와 다름 없었다.
다음날인 23일 오전부터는 법무부 현관 앞으로 꽃바구니가 속속 배달돼 오기 시작했다. 꽃바구니마다 장식된 리본엔 ‘검찰 개혁 이루시는 그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들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미애 누나 버텨줘서 고마워요’ 등 추 장관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빼곡했다. 시간이 갈수록 꽃바구니의 숫자도 늘어 오후가 되자 무려 70개의 꽃바구니가 현관 앞을 지켰다.
꽃들의 전쟁은 지난 1월 그 서막을 올렸다. 검찰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표면화하던 당시 보수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로 윤 총장 응원 화환을 보낸 것이다. 화환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검찰을 응원한다’ 등의 문구가 걸려 있었다. 대검 청사 로비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만큼,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검찰 관계자들만 화환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추 장관이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 후 검사 전출식이 열린 1월 31일 몇몇 검찰 간부들이 화환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가을 대검찰청 앞 보도에 수백개의 윤 총장 응원 화환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현수막의 전쟁’이 먼저 벌어졌다. 온갖 풍자와 비난 문구로 윤 총장을 비판하거나, 그와 반대로 윤 총장을 정의의 사도로 추켜세우는 응원 현수막 수십 개가 내걸렸다. 농성 천막이나 대형 풍자 인형도 당시 함께 자리를 지켰다.
그 후 추-윤 대립이 격화하기 시작한 가을부터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대로변에 세워지기 시작했고, 10월 말경엔 대법원에서 서초경찰서까지 340여개의 응원 화환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결국 그로 인한 보행자 불편과 안전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지난 2일 보수단체들은 화환을 자진 철거했다.
대검청사 앞에서 윤 총장 응원 화환이 사라진 이날,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 앞에 화환이 등장했다. 애국순찰팀 등 보수성향 단체가 주문한 5~6개의 화환에는 추 장관과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불기소 처분한 김관정 동부지검장과 진혜원 부부장검사를 비판하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진 부부장검사는 “서초동에 신O서방파가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며 대검 앞 화환 행렬을 비판한 인물이다. 화환은 며칠 후 20여개로 늘었고, 여기엔 근조 화환도 끼어 있었다.
보수단체의 화환 시위에 정면으로 맞선 이는 추 장관 본인이었다. 대검 청사 앞 화환의 숫자가 느는 동안 추 장관에게도 지지자들로부터 응원 꽃바구니가 답지하고 있었으나,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법무부 청사로 직접 배달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추 장관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법무부의 절대 지지 않는 꽃 길을 아시나요’라는 글과 함께 최근 지지자들이 보내온 꽃바구니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20여개의 꽃바구니가 장관 집무실 복도 양 옆과 법무부 청사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로부터 이틀 만인 22일 정부과천청사 앞에 등장한 20여개의 근조 화환은 추 장관의 꽃바구니 사진에 대한 보수단체의 응답과 다름 없었다.
추-윤 지지자들이 꽃을 보내는 방식으로 1년 가까이 벌여 온 대리전이 두 사람간의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로 치닫고 있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불복한 윤 총장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추 장관은 징계심의위원회를 12월 2일 개최하겠다며 윤 총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한층 더 열정적인 꽃들의 전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