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다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1% 초반대로 나름 '선방'이 점쳐지던 성장률도 연말 방역 상황에 따라 더 깊은 마이너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정부 곳간이 바닥나 연말까지는 추가 경기 부양책도 쓰기 어려워졌다. 정부도 이번에는 긴급 재난지원금 같은 비상 수단 없이 코로나 방역상황만 바라봐야 할 처지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로 -1.3~-1.1%를 염두에 두고 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9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KDI(한국개발연구원)가 -1.1%로, 한국은행이 -1.3%로 전망했는데, 그 정도를 참고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실제 이런 전망은 불과 얼마 전까지 달성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올해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1.9%)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연간 성장률 전망치(-1.3%)를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0.0∼0.4% 가량 나오면 된다"면서 "3, 4분기 성장이 1% 중반대로 이어지면 연간 -1.3%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3분기에 1.9%가 나와 연간 성장률도 상향될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이런 성장 경로에서는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KDI 전망치 -1.1%에는 간헐적인 코로나 재확산이 이미 반영돼 있다"면서도 "이는 거리두기 2단계 수준을 가정한 것으로, 거리두기가 2.5, 3단계로 상향되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현재 수준에서 진정되지 않는다면 올해 성장률이 -1% 초반대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3차 확산은 특히 쪼그라든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1분기(-4.8%)와 2분기(-4.0%)에 이어 -4%대 감소폭을 유지한 것이다. KDI가 전망한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은 -4.3%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11.9%)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두기에 따른 성장률 위축은 이미 수치로 검증됐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달 초 인터뷰에서 "8·15 집회가 GDP(국내총생산)를 0.5%포인트 감소시켰다"면서 "(집회가) 없었더라면 3분기 GDP가 2.4%까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역시 8·15 집회에서 촉발된 2.5단계 조치와 유사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4분기 성장률도 최소 0.5%포인트 가량의 충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경기대응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올해 4차례 추경 편성으로 재정 여력이 바닥난 데다,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기엔 연말까지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꼭 연말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라도,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금을 통해 취약계층의 소득을 일부라도 보전해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확진자가 늘어나니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온다”며 “본예산으로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른 피해를 가늠하기에 이른 시점인데다 예산을 새로 편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안에 추가 추경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추경을 더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방역에 집중해 코로나 확산세를 막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