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3일 사상 처음 2,600선을 뚫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원화 강세 흐름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베팅'한 외국인이 한국의 주가 신기록 경신을 주도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에 거래를 마감하며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2,598.19)를 약 2년 10개월 만에 뛰어 넘었다. 장중에는 2,605.58까지 오르며 2018년 1월 29일 나온 역대 장중 최고치(2,607.10)에도 바짝 다가섰다.
신기록 경신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9,900억원을 사들이며 지난 5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조4,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은 이날 8,700억원 규모를 팔아치우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기관도 595억원을 내다 팔았다.
우선 원화 강세(달러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외국인이 매수세를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내린 1,110.4원에 마감했다. 3개월 전보다 6.4% 떨어진 수준이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오를수록 환차익도 커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출 개선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코스피 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하는 등 상반기 수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경기회복 기대감을 가질 때 비로소 신흥국(이머징 마켓)으로 고개를 돌린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주 비중이 큰 한국 증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4.33%)와 SK하이닉스(3.31%)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가 코스피를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2,500억원) 순매수에 힘입어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사상 처음 시총 4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10만원 선을 회복했다.
탄력 받은 증시 상승세의 최대 리스크는 단연 코로나19 확산세다. 당장 24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는 본격적인 코로나19 3차 유행에 접어들었다.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우려도 적지 않다. 대내외 충격에 유독 취약한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확산세로 휘청일 가능성이 늘 열려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코스피는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갈등,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 등의 여파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며 불과 9개월만인 그해 10월 2,000선이 무너졌다. 2019년 상반기 코스피는 2,200선을 회복했지만 그 해 8월 미중 갈등에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가 더해지며 재차 2,000선이 붕괴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외국인 순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외국인은 실적 기대가 높고 경제활동 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을 대거 사들였다"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높은 백신 개발 기대감도 주가 랠리에 긍정적 요소다. 이재선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확산세보다 백신 개발이란 호재에 더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20조원을 순매도한 외국인 자금이 더 유입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