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생, 90학번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 97세대 대표 주자다. 민주노동당에 창당 멤버였던 박 의원은 2012년 민주당에 합류했다. 선배 86세대가 주축을 이룬 민주당에서 박 의원은 소장파로 불렸다. 기득권에 기울어진 86세대가 놓친 부분들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단 얘기다.
'재벌 저격수'의 면모뿐 아니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폭로하고 유치원3법 입법을 주도하는 '실력'도 보여줬다. 박 의원은 차기 대선 도전도 고민하고 있다. 2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97세대가 주목받는 것은 "국민이 '시대 교체'를 원하기 때문"라고 말했다.
-97세대 정치인이 뜨는 배경은 무엇인가.
"국민들은 늘 정치가 개혁적이고, 기성 질서, 기득권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세대 교체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다. 단, '시대 교체' 없는 '세대 교체'는 의미 없다. 국민이 바라는 건 '시대'가 달라지는 것이다. 젊은 나이만 필요한 게 아니다. 시대 교체를 끌어낼 수 있는 젊은 정치가 필요하다."
-시대 교체, 무슨 의미인가?
"경제 영역을 놓고 보면, 세습 재벌의 시대를 벗어난 혁신 창업가들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아름다운 변화는 시가총액 20위 안에 새로운 정보통신(IT)기업들이 들어서고, 벤처 창업 1세대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혁신 스타트업도 젊은 사람들이 주도한다. 벤처기업의 상시 고용인원이 재벌 4대 그룹 상시 고용인원을 넘어섰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제도를 바꿔내는 게 '정치인 세대 교체'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다."
-86세대가 내건 가치는 '민주' '평화'로 요약된다. 97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86세대의 가치를 일소하고 가자는 건 아니다. 그간 대한민국은 산업화 위에 민주화, 민주화 위에 정보화의 가치를 쌓아왔다. 새 세대는 그 위에서 혁신의 길을 열어야 한다. 재벌이 경제력을 독점을 하고 있는 사회를 벗어나 다극화해야 한다. 정치도 다극화와 분권화를 통해 혁신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분열의 정치에 맞서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최근 한 강의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각각 '교육입국'과 '산업입국'을 했다고 평가한 것이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을 마련하고 그 딸을 만나서 화해의 손을 내민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탄핵한 적대 세력에 대연정의 손을 내민 것이 민주당의 전통이다. 국민적 상식, 통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내하고 손을 내미는 정치다. 그런 민주당의 전통 위에서 뚜벅뚜벅 한걸음 앞으로 나가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치 주축이 86세대에서 97세대로 바뀌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뀔까.
"혁신의 '골드 러시(gold rush)'가 만들어지는 나라가 될 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부 1년 예산이 70조원 규모일 때 80조원을 들여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년 예산의 5분의 1을 쏟아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다. 정보화, 산업화의 길은 그렇게 열렸다. 오늘날 정치인은 어떤 고속도로 깔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86세대에서 97세대로의 교체가 '나이만 10살 젊어지는 것'뿐이라는 시선도 있다.
"젊은 정치인이 더 장점이 있다고 말하고 싶으면, 그만큼 더 개혁적이어야 하고 주류 질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조선시대 젊은 사림들이 집권하고 제일 먼저 한 건 동인, 서인을 나누고 예송 논쟁으로 서로 죽이고 귀양 보내는 정치였다. 젊고 개혁적인 세력인줄 알았더니, 민생이 아니라 이념에 매몰된 세력이었던 거다. 젊은 정치인들이 사림식 정치가 아닌 민생 제일주의 정치를 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