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장 "경기도 감사, 박근혜·이명박 때 불법 사찰과 유사"

입력
2020.11.23 14:01
경기도, 16일부터 3주간 남양주시 '특별조사' 중
조광한 시장 "절차 내용 모두 위법이자, 보복 감사"
"박근혜 이명박 시절 민간인 등 불법 사찰 떠올라"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경기도의 감사가 부당하며 시위를 벌인데 이어 감사 거부와 함께 조사관들에게 철수를 통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조 시장은 이번 감사가 보복감사라고 규정한데 이어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등과 유사한 것이라고 했다.

23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경기도 감사를 거부하고 조사관들에게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이날 청사 2층에 마련된 감사장에 들어가 경기도 조사관들을 향해 "감사를 중단하고 시청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방자치법 및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감사 통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감사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고 직원들을 협박, 강요했다"고 감사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조 시장은 감사장 앞에서 ‘계속되는 보복성 감사 더 참아야 하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3주 동안 ‘특별조사’라는 이름으로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 대상은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특혜 의혹 △예술동아리 경연대회 사업자 불공정 선정 의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여부 △공유재산 매입 관련 특혜 의혹 △기타 제보 사항 등이다.

특히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 진행계획 문서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가 경기도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급한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앞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도내 31개 시·군에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특별조정교부금(1인당 1만원)을 지원하겠다고 권유했다. 이에 남양주시는 도 지급분(1인당 10만원)은 권유대로 지역화폐로 지급했지만, 시 지급분(1인당 10만원)은 월세, 통신비, 카드 값 등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경기도는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 남양주시와 수원시를 특별조정교부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양주시는 “재량권을 넘은 위법한 조치”라고 반발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시가 도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자 보복 감사에 나섰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조광한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지난 16일부터 경기도가 우리 시에서 하고 있는 감사내용을 접하면서 지난 정권 때의 세 가지 사건이 떠 올랐다”며 “이런 독선적 권력행위를 청산하기 위해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지금의 정부가 탄생했는데 안타깝게도 그와 유사한 일이 지금 경기 남양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시장이 지칭한 세 가지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민간인 불법 사찰 △박근혜 정부 때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의 공무원 사찰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간부공무원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찰 등이다.

조 시장은 “우리 시가 받고 있는 경기도의 특별조사는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위법”이라며 “자료 요구사항도 언론보도 댓글과 청사 대관 내역 등 표적성 자료부터 헌법재판소 심판청구사항 등 괘씸죄에 해당되는 온갖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언론보도 댓글 내역을 조사하면서 댓글 작성 시기가 도지사가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로 바뀐 시점”이라며 “정치적인 비방 의도가 있었는지 조사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위법성 있는 감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정도면 감사라기보다 감사를 가장한 ‘탄압’ 아니겠느냐”며 “지난 4월 우리 시의 재난긴급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저의 소신 때문에 이런 공포감을 주는 감사가 계속되는 듯해서 우리시 공무원들이 겪는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72만 시민과 우리 공직자들을 지켜내겠다”고 글을 맺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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