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줄" 에어비앤비 빈 방 없고, 쏘카 씽씽... 공유경제 전화위복

입력
2020.11.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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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해외파견 근무 중인 김모(32)씨는 한 달짜리 휴가를 받고 최근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를 알아보면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2주간 자가격리 용으로 찾아본 에어비앤비 숙소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빈 방이 넘쳐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1주일 넘게 손품을 팔았지만 빈 방 찾기는 힘들었다. 길게는 연말까지 장박으로 묶여 있는 집도 많았다. 겨우 경기 화성시에 숙소를 구한 김씨는 "해외 여행자가 빠진 틈새를 해외 입국자가 메우고 있는 것 같다"며 "에어비앤비는 방이 없어서 이용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공유경제 시장이 코로나19 수혜를 받아 톡톡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남들과 공간이나 재화를 공유해야 하는 특성상 위생 문제로 고전할 것이란 위기론을 뚫고 새로운 틈새시장까지 창출, 주목 받는 분야로 올라서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포함해 차량 공유 서비스로 알려진 쏘카와 공유오피스 등은 늘어나는 수요로 함박웃음 짓고 있다.

극적인 변화는 에어비앤비에서부터 감지된다. 5월만 해도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70%나 감소하고 매출은 72%나 줄어들면서 본사 인원의 25%가 감축됐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평창올림픽 등을 계기로 늘어나는 여행객 수요를 보고 에어비앤비 사업을 시작했던 호스트들은 95%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 수에 신음하면서 운영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맞은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1일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데다 호텔보다 저렴한 에어비앤비가 자가격리 맞춤형 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서울 강동구에서 에어비앤비 두 곳을 운영하던 A(35)씨는 연초만 해도 운영 포기를 고민했지만, 최근 자가격리자 덕분에 장기 예약이 몰려들자 최근 방 하나를 늘렸다. 전씨는 "세 군데 모두 연말까지 '풀부킹(전체 예약이 꽉 참)' 상태"라며 "최근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 국내에 출장자를 보낼 때 에어비앤비를 오피스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조만간 미국 나스닥 상장도 예정돼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도 '전화위복'의 아이콘이 됐다. 올해 초 쏘카는 자회사 VCNC의 '타다' 서비스가 좌절되고 코로나19로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4월엔 비상경영에 돌입해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쏘카가 민첩한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았다. 단기 카셰어링 위주였던 상품 구성에서 월 단위 대여로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단순한 단기 공유차량을 넘어 '자가용 대체재'로 자리매김한 것. 실제 중장기 대여 서비스 '쏘카 플랜'의 경우 4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가입자가 2,000명으로, 직전 6개월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철도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국내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쏘카 평균 이용 시간은 지난해(8.29시간)보다 증가한 9.86시간으로 측정됐다. '집콕'으로 이용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전망됐던 쏘카는 최근 600억원 투자를 유치해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공유 오피스도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분산 근무를 장려하고 소규모 단위 근무가 권장되면서 공유오피스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올해만 지점을 4곳 늘렸고,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총 멤버 수는 6월 기준 1만7,000여명으로 30%가량 늘었다. 배달 음식주문이 늘어나며 공유주방 사업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라는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한 공유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당분간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워크와 우버가 휘정거리면서 공유경제 자체가 위기인 것처럼 비춰졌지만, 두 기업 외 다른 공유경제 기업들은 전례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장기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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