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니 뾰루지 생겨요" 흥행공식 바뀐 화장품

입력
2020.11.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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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피부 진정 관련 제품 인기
눈은 강하게 입술, 볼은 오래갈수록 잘 팔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가 일상 필수품이 되면서 올해 화장품 시장 매출 순위도 출렁였다. 장시간 마스크를 쓰고 있을 수밖에 없어 생기는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을 진정시키는 상품 매출이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마스크가 눈 아래를 가리다 보니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눈을 강조하는 화장품이 잘 팔렸고 마스크와 닿는 입과 볼 등에 쓰는 화장품은 지속력이 높아 오래가는 제품의 판매량이 많았다. 마스크에 화장이 묻지 않도록 메이크업 위에 덧대는 별도 상품의 인기가 치솟은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23일 CJ올리브영이 지난 1년 동안 고객 구매 데이터 1억1,000만건을 바탕으로 부문별 히트 상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가 헬스앤뷰티(H&B) 시장에 변화를 준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피부 진정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0% 뛰었다. 기존에 진정 관련 상품에 들어가던 성분인 판테놀, 티트리, 시카 등뿐 아니라 항균 작용 등이 있다고 알려진 어성초(약모밀)추출물이 함유된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색조화장품은 지속력이 높은 화장품이 강세로, 입술 화장은 립 틴트, 기초 메이크업 부문은 수정이 쉬운 쿠션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눈을 강조하는 화장 추세에 따라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부문 1, 2위는 강한 발색과 지속력을 내세운 마스카라가 선정됐다. 메이크업 상태의 얼굴 위에 뿌려 마스크에 화장이 묻는 걸 방지하는 '메이크업 픽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도 온·오프라인 매장,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옴니채널', 유행보다 신념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 아름다움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는 '이너뷰티', 세대와 성별 간 경계가 무너지는 '갭리스(Gap-less)' 등도 주요 키워드로 뽑혔다.

옴니채널 효과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서 배달해 주는 '오늘드림'의 1~10월 일평균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5배 급증했다. 가치소비 트렌드로 친환경, 동물보호 등에 앞장서는 브랜드의 판매가 늘었으며, 건강관리 수요에 따라 올리브영 건강식품 매출은 34% 증가했다. 과거엔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안티에이징이나 탈모 예방 제품 시장에서 20대 여성이 '큰손'으로 부상하는 건 세대 간 격차가 사라진 신호다.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가 늘며 성별간 경계도 모호해졌다. 맨즈케어(남성화장품) 부문에서 컬러 립밤이 처음으로 순위에 올랐을 정도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부문별 판매량 1~3위 제품과 MD(상품기획자)가 내년도 전망 등을 기반으로 꼽은 제품 등을 모아 판매하는 행사를 연말까지 진행한다"며 "전체 수상 상품 중 6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로 틈새시장을 파고든 신진 브랜드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중소 브랜드를 지원하는 K뷰티 산업 확대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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