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사실을 직감하는 징후가 바로 흰머리다. 머리 염색 등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다시 바꿀 수 있다면 청춘이 다시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사실 흰머리는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멜라닌 생성 조절 장애로 생긴다. 대개 30대 이전 머리카락 색깔이 변하기 시작해 30대에 접어들면 흰머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여러 인종 가운데 흑인은 10년 정도 늦게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흑인이 머리카락의 검은색을 구성하는 멜라닌 색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흰머리는 노화로 인해 모낭의 멜라닌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생기기 시작한다. 흰머리는 피부층이 얇은 옆머리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앞머리, 정수리, 머리 뒤쪽까지 점점 퍼진다.
‘노화의 신호탄’인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색소 세포가 노화로 인해 색소 생산이 잠시 중단된 경우라면 그 기능을 원상 회복시키면 다시 검은 머리카락이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멜라닌 색소 세포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두피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소 세포가 제대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가 티로신이다. 티로신은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핵심 물질로 콩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콩은 또한 머리카락을 생산하는 단백질도 많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많이 함유해 탈모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티로신 섭취를 위해 두부나 두유, 청국장 등 콩 가공품이 추천된다. 이 밖에 티로신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우유ㆍ요구르트ㆍ치즈ㆍ생크림 등 유제품과 바나나ㆍ사과ㆍ아보카도ㆍ소 등심ㆍ돼지 등심ㆍ닭가슴살ㆍ아몬드ㆍ호두ㆍ땅콩ㆍ참치ㆍ멸치ㆍ꽁치ㆍ방어ㆍ갈치ㆍ달걀ㆍ버섯ㆍ전복 등이다. 비타민 B12가 부족해도 멜라닌 색소 생산이 줄어 새치가 늘어날 수 있다. 비타민 B12는 육류ㆍ유제품ㆍ어류ㆍ조개류 등 동물성 식품에 주로 많다.
검은 머리카락을 다시 나게 하는 음식은 사실 노화를 막는 항노화 음식이기도 하다. 즉 흰 머리카락이 검은 머리카락으로 변한다는 것은 몸이 전체적으로 젊어진다는 뜻일 수 있다. 다만 이런 음식을 어느 정도 먹어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적은 것이 아쉽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노화와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중간엽 줄기세포(MSC)를 이식했는데 흰 머리카락이 검은 머리카락으로 색깔이 바뀐 것이다.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40~200um 크기 세포 외 소포의 하위 그룹)을 머리에 바른 결과,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흰머리가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엑소좀이 만성 염증과 조직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모낭 세포를 젊게 만들고 머리카락이 나는 피부에 있는 중간엽-상피세포 간 신호 전달을 촉진하며 머리카락 성장을 이끄는 것으로 추측된다.
검은 머리를 오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연결돼 있다. 부작용이 없으면서 쉽게 ‘건강한 노화’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빨리 개발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