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남은 대선, 한 울타리에 모인 친문계...왜?

입력
2020.11.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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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에 구현되게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친문)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연구원'(연구원)이 22일 출범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폭설과 폭우가 쏟아져도 한배를 타고 갈 것"이라며 '4.0'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대선을 1년 4개월 남기고 친문계가 본격적으로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날 출범한 연구원에는 도 의원을 비롯해 홍영표 전해철 김종민 황희 등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 56명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174석 민주당 의원 중 약 3분의 1이 함께 하는 여권내 매머드급 단체다. 연구원 창립선언문에서 이들은 "좌는 악, 우는 선이라고 믿으며 세상을 좌우 이분법으로 보는 냉전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정권을 엄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정권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모임에 참석한 현역 의원들은 최소 50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내서 연구원을 운영하고 2주에 한번씩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민주정부 4기의 어젠다 준비 모임이지만 결속력 측면에 있어서는 여권 내부에서 가장 영향력을 지닌 단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연구원이 '정책'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친문 세력의 입김을 강화하는 창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홍영표 전해철 의원 등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 상당수가 과거 친문의 상징이면서 계파정치 논란 끝에 해산된 '부엉이 모임' 멤버와 겹친다. 모임의 핵심인 홍 의원과 전 의원은 차기 대선을 이끌 당 대표와 원내대표 유력 후보군으로도 꼽힌다. 연구원 사무실도 서울 마포구 광흥창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핵심 멤버들이 있었던 '광흥창팀'의 근거지에 자리한 것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향후 연구원이 주축이 돼, 이낙연 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경기지사 등 유력 대선주자와 연대하거나 '제3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달 들어 여권 대선 주자들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연구원 출범에 우려를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원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친문계의 세력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연구원 설립을 주도한 황희 의원은 이날 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연구원은 선거운동 조직이 아니다"라며 "어떤 의원이 대선후보를 띄우기 위해서 돈을 500만원씩 써 가며 사단법인까지 하겠나"고 했다. 황 의원은 우려를 표시한 양 전 원장에게도 "걱정 마시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무관하게 연구원이 친문 대선후보 띄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당 내에선 여전히 나온다. 연구원에 참여하지 않는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친문 핵심이라면서 나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밝힌다면 대통령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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