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이전 요구에...시민단체 "광양, 역사의식 왜곡 도시 됐다"

입력
2020.1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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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에서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촉구한 데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광양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광양시 광양읍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녀상이 이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상권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가 소녀상 때문이라며 이전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에 대해 시민으로서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광양은 한순간 역사의식이 왜곡된 도시가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원도심 상권이 침체한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읍내 상권이 다른 곳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라며 "오로지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소녀상을 불법 점유물로 주장하는 것은 광양 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양읍 원도심상인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6일 "소녀상 주변을 지날 때면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돼 상권 활기를 찾기 어렵다"며 '소녀상이 공간을 불법 점유했다' '시민의 휴식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등의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나흘 만에 자진 철거했다.

광양 평화의 소녀상은 2018년 3월 1일 광양읍 읍내리 역사문화관 앞에 설치됐다. 학교와 기업, 기관, 단체 등 130곳과 540여명의 개인이 참여했고 1억200만원의 시민 성금으로 세웠다. 3,000여명이 참여한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선호 장소 3곳 중 역사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현재의 위치로 최종 선정했다.

이에 대해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 상인회 관계자 A(60)씨는 "내 행동으로 지역 전체가 욕먹은 것에 사과한다"며 "원도심 활성화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광양시를 비판하고 또 소녀상을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는 더 나은 곳으로 옮겼으면 바라는 마음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필성 광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소녀상은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의 소중한 역사적 상징물"이며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교육의 현장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소녀상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양=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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