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포의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코로나 하루 감염 20만 눈 앞

입력
2020.11.22 17:33
4면
6일만에 확진자 100만명 폭증
"과거보다 확산 빠르고 광범위"
CDC 여행 자제 권고도 효과 없어
추수감사절發 보건 위기 우려 고조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ㆍ사망 1위인 미국이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응을 주도해온 당국자들마저 “끝이 안 보인다”며 절망감을 토로할 정도로 신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일한 희망인 백신과 치료제 관련 낭보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2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1,201만9,960명으로 집계했다. 9일 처음 1,000만명을 넘고, 15일 누적 확진자 1,10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엿새 만에 100만명의 환자가 추가된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전 세계 누적 감염자(5,789만8,000여명)의 20.8%에 달했다. 사망자(25만5,177명)도 글로벌 누적 사망자(137만7,484명)의 18.5%를 차지했다.

미 CNN방송은 “충격적인 코로나19 신기록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선 가을인 10월로 접어든 뒤 전례 없는 속도로 감염자가 폭증하는 추세다. 11월에만 전국적으로 무려 290만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전날에는 하루 동안 최다 기록인 19만5,500여명의 환자가 쏟아져 20만명을 곧 넘어설 기세다. 중증 환자도 크게 늘어 8만명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상황이 전과는 극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방송에 “과거 확산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다”며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에스터 추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도 “많은 주(州)의 코로나19 검사 양성률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 수는 1,200만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염 확산이 통제불능으로 치닫자 주 당국은 거센 반대 여론에도 제한조치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역대 가장 많은 1만5,442명의 신규 환자를 보고한 캘리포니아주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필수 업무 종사자를 제외한 주민들의 외출을 막는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타, 아이오와,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지역마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각고의 방역 노력에도 추수감사절(26일) 이후 또 한 번의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제 권고에도 여전히 많은 인파가 가족과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올해 추수감사절 여행객이 지난해 대비 최소 10% 감소한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주말부터 각 공항에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REGN-COV2’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코로나19 백신도 긴급사용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날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공동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미 FDA와 영국 보건당국에 신청했다며 “승인 후 몇 시간 안에 백신을 배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