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부장, 바이든 당선되자 방한 잰걸음...한미동맹 견제

입력
2020.11.20 16:28
1면
25~27일 방한
강경화 외교장관과 회담 뒤 文 대통령도 예방할 듯
양제츠 방한 석달만에 중 고위급 인사 다시 찾아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2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방한하지 3개월만에 또 중국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는 것으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견제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0일 "왕 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25~27일 간 공식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25일 일본 도쿄를 먼저 방문한 뒤 2박3일 간 서울에 머무르는 일정이다. 왕 부장은 26일 강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뒤 약 1년만이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처음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번 방한에 상당한 의욕을 보여왔다고 한다. 왕 부장은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하려 했다가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한 차례 연기한 바 없다. 그 사이 미국 대선을 통해 내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예고된 상황이다. 초반부터 한미동맹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앞서 한중 관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이번 방한의 주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급인 양 국무위원도 지난 8월 부산을 찾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 바 있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 3달 간격으로 이뤄지는 것 자체가 중국이 한미 동맹에 대한 견제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왕 부장 방한 기간 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방한 일정도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방한한 양 국무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은 시 주석이 가장 먼저 방문할 나라"라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아 당장 구체적인 방한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한중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도 교환할 것"이라면서 "한중관계를 한 층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