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북핵 대응, 이란핵협정(JCPOA)을 보라

입력
2020.11.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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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위한 최상 모델은 이란핵협정
시간 두고 관리할 문제로서 북핵에 접근
바이든 행정부서 단계적 해법 가능성 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 또는 백악관 안보보좌관 발탁이 확실시된다는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북핵 해결을 위한 최상의 모델은 이란핵협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즈에 실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단계적 접근방안이었다. 두 단계로 나뉘었다. 첫 단계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국제사찰하에 농축·재처리 시설 동결, ‘일부’ 핵탄두와 미사일 폐기, ‘일부’ 제재 해제 그리고 포괄적 감시체제에 대해 합의한다. 단 ‘모든 핵미사일’과 ‘모든 제재’가 아니라, ‘일부’ 핵미사일과 ‘일부’ 제재의 교환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포괄협정을 체결한다. 포괄협정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평화체제 구축과 인권개선, 테러 금지를 포함한 양국관계 정상화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첫 단계 핵합의의 기본은 ‘핵미사일과 경제의 맞교환’이다. 이란핵협정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이란은 10년간 원심분리기 2만개를 5,060개로 줄이고,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하면서 재고량의 98%를 제거하며, 플루토늄 추출 위험이 큰 중수로 건설을 포기한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석유금수와 1,000억달러 해외자산 동결을 해제한다.

오바마 8년의 전략적 인내를 경험한 우리는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 번이나 만나는 모습을 본 터라,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이 상향식으로 바뀌면서 미국 입장이 경화되지 않을까, 우려 섞인 전망도 많다.



그러나 예단할 필요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라고 해서 지금 나와 있는 국제 제재가 필요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란 사례와 같은 정교하고 현실적인 북핵 로드맵을 제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블링큰은 북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것을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또한 핵미사일 능력 제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다른 것은 부차적이라고 보았다. 핵미사일에 초점을 맞추면, 납치문제나 다른 국제규범 위반 문제가 협상에 장애를 만드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맞교환 대상으로 '일부 핵미사일'과 '일부 경제제재'를 상정한 것도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두 번째 단계로 미루면, 북한은 반발할 것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 대로 비핵화, 평화체제, 관계 정상화를 한꺼번에 논의하기 원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협상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노이에서는 북한이 오히려 제재 해제와 핵시설 폐기를 맞교환하자고 했다. 하노이 결렬은 ‘안보-경제 교환’이라는 방식보다 내용물의 조합에 원인이 있었다.

나아가 지금 바이든 캠프는 미중 관계에 관해 현실적인 인식을 보인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절대우위를 회복하기 쉽지 않으며 중국과의 경쟁은 ‘당장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관리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고 한다. 북핵 문제 또한 ‘관리해야 할 문제’로 본다면, 북핵은 물론 한반도 정책도 한결 신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이란핵협정에 복귀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좋은 신호가 된다.

한반도는 미중 전략 경쟁이 그 어디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또한 지난 30년 핵협상에 비추어, 핵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 압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란핵협정처럼, 적절한 압박과 단계적 해법이 만나는 곳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창의적인 해법을 기대한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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