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2년 승려 혜민을 스타덤에 올린 책이다. 그만 달려도, 조금 가져도 괜찮다는 혜민의 위로에 지치고 마음 다친 이들이 힘을 얻었다. 그는 잘나갔다. 돈이 따라왔다. 내는 족족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강연이며 방송이며 종횡무진했다. 유명세일까. 탈이 났다. 얼마 전 TV에 ‘남산타워 뷰’ 자택을 공개하면서다. ‘풀(full)소유’가 웬 말이냐, 무소유라더니. 빈축을 샀다. 결정타는 같은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 승려 현각의 저격이었다. ‘사업가’ ‘배우’도 모자라 “부처님 가르침을 팔아먹는 기생충”이라 매도했다. 활동 중단 선언을 끌어냈다. 혜민은 탈속(脫俗) 행보로 세속적 성공을 일궜다. 상품성과 빼어난 수완으로 질주했다. 그에게 열광했던 대중이 그를 버렸다. 일단 멈췄다.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