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서안 유대인 정착촌 찾아…첫 미 국무장관 방문

입력
2020.11.19 23:46
'BDS 운동=반유대주의' 이스라엘 주장 옹호
국제 여론 무시한 채 "정착촌 생산품도 이스라엘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방문했다. 정착촌은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무단 점거한 지역이라고 비판하는 지역이다. 미 국무장관으로서 처음으로 이 정착촌을 직접 찾은 행보는 이스라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확고한 지지 의사를 보여준다.

이스라엘 방문 이틀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착촌의 한 와인 양조장을 방문했다. 그는 "정착촌의 모든 생산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때 '이스라엘산'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지명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지배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는 이곳에서 생산한 물품은 점령지에서 생산했다는 표시를 하는 게 관례다. 이를 '이스라엘산'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은 정착촌의 지위를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지역이다.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이 제한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꾸준히 그 규모를 늘려왔다. 현재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200여곳에는 이스라엘인 약 6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폼페이오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거듭 밝혔다. 일명 BDS(보이콧·기업투자철회·제재)운동에 대해서도 '반(反) 유대주의'라는 이스라엘 주장을 거들면서 이 운동에 관여하는 조직을 파악해 미 정부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조직과 개인이 참여하는 BDS운동은 이스라엘산 물건을 보이콧하거나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활동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운동을 막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한편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이 유대인 정착촌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수십 명이 폼페이오가 방문하는 양조장 근처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골란고원까지 방문할 예정이다. 골란고원 역시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땅으로 시리아 등 주변 중동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분쟁 지역이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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