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놓고 대립 심화

입력
2020.11.19 15:38
‘현 공항 확충’ 질문 문항 포함 여부
도와 도의회‧시민단체  입장 차 커
연내 실시 불투명·무산 가능성도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의견 수렴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질문 문항을 놓고 제주도와 제2공항 반대단체들이 대립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도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만을 물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반대단체들은 기존 제주공항 확충 방안에서도 도민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자칫 연내 여론조사 실시는 물론 도민의견 수렴 자체도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도의회 특위)는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의견 수렴 방안으로 연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지난 10일부터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질문 문항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도는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찬반만을 조사하자는 입장이지만, 도의회 특위와 제2공항 반대단체들은 찬반을 포함해 기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에 대한 의견도 질문 문항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8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 질문 문항은 제2공항 찬반만을 묻는 게 아니라 대안을 물어야 한다”며 “공항 시설 확충 방안을 놓고 도민들이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문항은 당연히 ‘현 제주공항 확충방안이냐 제2공항 건설안이냐’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날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여론조사의 질문문항은 제2공항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묻는 형식이 돼야 한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원 지사는 현 공항 확충 방안인 경우 이미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이 된 만큼, 이번 여론조사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또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만을 염두에 두고 도민들에게 미리 자신의 예단과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도민의견수렴 과정에서만큼은 본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도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17일에 이어 18일에도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현 공항 확충’ 대안이 포함되는 여론조사에 대해 수용 불가입장을 거듭 밝혔다. 원 지사는 “가능하지 않은 방안 놓고 여론조사를 부치거나, 여론조사 자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면 참고의 가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한 여론조사의 구속력과 관련해서도 “여론조사는 의견수렴이지, 의사결정이 아니다”며 “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압도적인 반대가 있다고 하면 국토교통부가 심사숙고한 후 의견 수렴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이게 1~2% 차이로 구속력이 있거나 이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여론조사 질문문항부터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대상 모집단 내지 표본 수집방법, 제2공항 사업 대상지인 성산읍 주민들에 대한 가중치 부여 등 다른 쟁점 사항들도 남아있어 여론조사 연내 실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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