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오명' 보잉 737 맥스, 20개월만에 美부터 다시 하늘 난다

입력
2020.11.19 11:10
美FAA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문제 해결"
보잉 측도 "철저 검증... 사고 재발 없을 것"

1년 반 넘게 비행이 금지돼온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게 됐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에 이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 후 운항 중단 처분을 받은지 20개월만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737 맥스가 여객 운송 업무를 다시 진행할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스티브 딕슨 청장은 이날 서명한 운항 재개 허가 문건에서 "두 사고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는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딕슨 청장은 화상 메시지에서 "지난 20개월간 해왔던 모든 활동에 근거해 내 가족과 100% 편안함을 느끼며 비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보잉 역시 "우리 시스템이 모든 규제 기준을 맞추도록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칼훈 최고경영자(CEO)는 "그 사고는 우리를 새롭게 만들었고 안전, 품질, 진실성이라는 핵심 가치에 관심을 더욱 집중시켰다"면서 "비극적 사고로 희생된 생명들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737맥스가 실제로 운항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FAA의 조치는 387대의 보잉 737 맥스를 보유한 59개 항공사가 해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첫 단계일 뿐"이라고 전했다. FAA도 상용 비행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변경 사항 적용에 대한 개별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FAA의 이번 조치는 미국 항공사에만 즉시 적용될 뿐 다른 나라 항공사들의 경우 해당 국가 항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해당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내년 2분기까지 운항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항공 운송 수요가 줄어든 점도 본격적인 비행 재개 시점을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보잉 737맥스는 2018년 10월과 지난해 3월 잇따라 추락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FAA는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MCAS) 오류를 원인으로 규정했고, 보잉이 설계 및 예측 오류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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