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앵무새 카카포...논란 끝 '올해의 새'에 뽑혀

입력
2020.11.19 08:00
뉴질랜드 환경단체 주관 '올해의 새' 콘테스트에서
카카포가 키위, 토로아 등 제치고 1위 차지
투표 과정서 사기투표 정황 발견되기도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새 '카카포'가 부정선거 논란 끝에 '뉴질랜드 올해의 새'로 당선됐다.

1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포레스트&버드 재단이 주관하는 '2020 올해의 새 콘테스트'에서 카카포가 키위, 토로아 등을 꺾고 1위에 올랐다.

멸종위기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이메일 투표로 이뤄진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보니,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2018년에는 특정인이 한 새에다가 3,000번이나 투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트위터나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투표 독려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5만5,000표가 쏟아졌다.


키위에 1,500표 '사기 투표' 발견... 카카포 최종 승자에

투표 초반에는 토로아가 우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카카포가 점점 치고 올라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런데 투표 막바지에 이르러 갑자기 키위의 표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역전을 거뒀다.

그런데 재단 측이 조사를 해보니 1,500개의 가짜 이메일 주소가 키위에게 몰표를 던졌는데 이는 모두 하나의 IP 주소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주최측은 "투표 사기는 키위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카카포를 최종 당선인으로 발표했다.

뉴질랜드 토종 새인 카카포는 현재 200여마리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희귀종 앵무새다. 몸무게가 4㎏까지 나가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평균 수명은 60살 내외로 덩치 만큼 오래 살기도 한다.

평소에는 폴짝폴짝 뛰어 다니며 둥지를 땅바닥에 짓고, 나무를 올라야할 때면 두 발로 힘겹게 기어서 올라간다.


인간의 서식지 파괴로 한 때 개체수 50마리까지

과거에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해충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 중반에는 개체수가 50마리까지 내려갔다. 뉴질랜드 환경 당국이 과학자와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의 특별팀을 구성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개체수를 200마리대로 늘릴 수 있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카포는 시로코(23)일 것이다. 2009년 BBC 다큐멘터리에서 시로코가 동물학자 마크 카워딘의 머리에다가 짝짓기를 시도하는 장면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다.

시로코는 너무 오랜 기간동안 사람의 손에 길러진 나머지 자신을 인간으로 착각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인간의 머리에 올라타 양 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이 영상은 조회수 2,000만회 가까이 기록하며 카카포의 존재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시로코는 현재 뉴질랜드의 환경보호 담당 대변조(鳥)로 활동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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