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 방침을 밝힌 후 대구경북에서는 이틀째 항의 성명과 집회가 이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선거용이 아니다’는 정부와 여당의 해명에 대해 “자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비난했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18일 오후 1시30분 시의회 간담회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기만적인 ‘김해신공항 추진의 근본적인 검토’ 발표를 즉각 철회하고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이 합의한대로 김해신공항을 책임 있게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오랜 대립을 극복하고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한 국책 사업"이라며 "정부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정치권은 영남 지역의 공동발전이라는 대의를 저버리고, 보궐선거에 이용하려는 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해신공항 자연 지형이나 입지여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업 백지화 수순을 밟는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은 특위위원장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라는 정부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며 "민간단체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회도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국토교통부가 안전, 소음, 수요 등 문제가 있다는 부울경의 주장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수 차례 밝혔지만 정책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정치적인 계산만이 남았다"고 비난했다.
고 의장은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가덕도 신공항으로 바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영남권 시도민의 합의 없이 가덕도 신공항이 다시 추진된다면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정해진 수순대로 가고 있다. 국책사업이 하루 아침에 뒤집혀지고 다시 영남권이 분열될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대구와 경북, 경남, 울산은 당시 밀양을 찬성했지만 부산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가덕도를 주장했고, 결국 김해신공항으로 가는 바람에 모두가 만족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 역시 영남 공동 발전을 위해 모두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여당이) 보궐선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누가 믿겠나, 자다가 소도 웃을 얘기"라며 "한 두번 우려먹은 것도 아니고, 부산시장 놓칠 수 없으니 나중에 발표하느니 지금 발표한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권 시장은 "검증위가 이유도 없이 백지화했다"며 "만약 김해신공항 안전과 소음, 항공수요 계산에 진짜 문제가 있다면, 어디를 정해놓지 말고 원점에서 하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경제계도 검증위 발표가 나온 뒤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과 대구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 등은 "정권이 바뀌고,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된 국책사업이 변경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정부의 갈지자 정책을 비판했다.
구미, 김천, 안동, 포항 등 경북 10개 시로 구성된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도 이날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정치논리에 휘둘려 그릇된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 손실은 물론, 지역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입지가 결정돼 첫걸음을 내딛는 시점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지역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국민의 혈세로 만든 공항이 자칫 효용성이 없는 공항이 될 수도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24명도 집단 행동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17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형 국책사업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어 재검토한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이번 결과는 지난해 부울경 자체 검증단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재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무 권한이 없는 총리실 검증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밟는 건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