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에 사는 A씨는 2018년 세종시 신도심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고 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다소 비쌌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여러 호재가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갖고 있던 목돈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런 A씨의 판단은 불과 2년 만에 적중했다.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더니 올해 여권 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터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A씨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한 게 부담이 조금 되지만,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그만큼 오를 것을 생각하면 당장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주택시장이 외지인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째 전국에서 외지인 주택 소유율이 가장 높은 데다 이들 대부분이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지역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35.3%로 집계됐다. 세종시 주택 10채 가운데 3채 이상은 외지인 소유인 셈이다.
이는 2018년(35.9%)에 이어 지난해도 전국에서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다.
반면, 세종시의 지난해 실거주자 비중은 6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전국 평균(13.3%)의 3배에 육박했다. 충남(17.8%), 강원(15.7%), 전남(14.9%), 대전(14.5%), 경남(10.3%), 전북(10.1%), 부산(9.7%), 울산(7.6%)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높았다.
세종시에 주택을 소유한 외지인은 대부분 대전과 청주에 집중돼 있었다. 대전 유성구 거주자가 1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서구가 9.8%로 뒤를 이었다. 충북 청주 거주자도 9.1%에 달했다.
외지인, 특히 주변 지역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중이 높다는 것은 세종시가 부동산 투자처가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세종시의 다주택자 비율도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2주택자 이상 소유자 비율이 제주(2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0.4%를 기록한 것이다. 3주택 소유 비율(3%·2,623명), 4주택 소유 비율(0.7%·630명), 5주택 소유 비율(0.7%·546명)도 모두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세종시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외지인들이 그 전에도 많긴 했지만, 올해 행정수도 이슈 같은 호재가 더해져 아파트 가격이 잔뜩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외지인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여당이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더 커져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