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된 세종시... 외지인 주택 소유율 전국 최고

입력
2020.11.18 15:36
외지인 주택 소유율 2년째 전국 최고
대부분 대전과 청주 거주자...실거주 아닌 투자 목적 분석


대전 유성에 사는 A씨는 2018년 세종시 신도심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고 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다소 비쌌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여러 호재가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갖고 있던 목돈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런 A씨의 판단은 불과 2년 만에 적중했다.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더니 올해 여권 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터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A씨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한 게 부담이 조금 되지만,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그만큼 오를 것을 생각하면 당장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주택시장이 외지인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째 전국에서 외지인 주택 소유율이 가장 높은 데다 이들 대부분이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지역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35.3%로 집계됐다. 세종시 주택 10채 가운데 3채 이상은 외지인 소유인 셈이다.

이는 2018년(35.9%)에 이어 지난해도 전국에서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다.

반면, 세종시의 지난해 실거주자 비중은 6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세종시의 외지인 주택 소유 비중은 전국 평균(13.3%)의 3배에 육박했다. 충남(17.8%), 강원(15.7%), 전남(14.9%), 대전(14.5%), 경남(10.3%), 전북(10.1%), 부산(9.7%), 울산(7.6%)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높았다.

세종시에 주택을 소유한 외지인은 대부분 대전과 청주에 집중돼 있었다. 대전 유성구 거주자가 1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서구가 9.8%로 뒤를 이었다. 충북 청주 거주자도 9.1%에 달했다.

외지인, 특히 주변 지역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중이 높다는 것은 세종시가 부동산 투자처가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세종시의 다주택자 비율도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2주택자 이상 소유자 비율이 제주(2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0.4%를 기록한 것이다. 3주택 소유 비율(3%·2,623명), 4주택 소유 비율(0.7%·630명), 5주택 소유 비율(0.7%·546명)도 모두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세종시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외지인들이 그 전에도 많긴 했지만, 올해 행정수도 이슈 같은 호재가 더해져 아파트 가격이 잔뜩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외지인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여당이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더 커져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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