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진행된 유럽 원정을 마무리했다. 모처럼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국가대표들을 한데 모아 기량을 확인한 자리였으나,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무리한 원정이었단 비난이 나온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전을 끝으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원정 일정을 소화했다. 멕시코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2-3 역전패를 당했던 대표팀은 아시아의 신흥 강호 카타르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카타르전 승리로 대표팀은 통산 A매치 500승 고지에 오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오스트리아 원정 2연전을 절박한 심경으로 마련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지면서 1년간 단 한번의 A매치도 치르지 못했기 때문. A매치를 주된 수입원으로 활용하는 협회로선 난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난 2월 공개한 새 유니폼을 활용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협회는 지난달 궁여지책으로 국내파로만 구성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 친선경기를 마련해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이번 유럽 원정은 대표팀으로선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럽파들의 기량을 1년 만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이상 28) 황희찬(24·라이프치히)으로 구성된 공격 트리오는 발 빠른 몸놀림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고, 원정 2연전 동안 나온 4골 중 3골을 만들어냈다. 특히 소속팀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던 황의조는 2경기 동안 2골을 터트리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황의조는 카타르전 후 “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이 올라갔고,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페이스를 유지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협회도 올해 처음으로 해외 축구팬들 앞에 새로 만든 유니폼을 선보이고, 스폰서를 효과적으로 노출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 원정 강행은 선수단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또 시작부터 최상의 스쿼드를 구성하지도 못했다. 특히 수비진 공백이 심했다. 김진수(28·알나스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김민재(24·베이징 궈안)와 김영권(30·감바 오사카)은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했다. 또 홍철(30·울산)은 출국 직전 나선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여기에 선수 25명 중 무려 6명이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공백은 더욱 커졌다. 다급히 다른 선수들로 때웠지만, 벤투호는 2연전 내내 엉성한 수비력에 수 차례 위기를 맞았다. 오랜만에 모여 제대로 합을 맞춰보려 했지만 잃은 게 더 많았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소속팀에서 마련한 전용기를 타고 복귀했고, 다른 해외파들도 각자 팀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내파들도 18일 빈을 출발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9일 귀국한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 5명과 스태프들을 이송하기 위해 전세기 도입이 논의 중에 있다. 이때 러시아 루빈카잔에서 뛰는 황인범(24)도 우선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오스트리아로 가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영공을 지나야 하는데, 이 나라들로부터 항로 허가를 받기 위해 7일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며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전세기를 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