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퇴임 전 아프간·이라크 미군 감축"... 공화당조차 반발

입력
2020.11.18 08:25
미치 매코널 "2011년 오바마의 이라크 철수보다 나빠"
트럼프 불복 행보 중 "평화적 정권교체" 언급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인 내년 1월 중순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2,500명 감축하라고 명령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고위급 군사 자문의 추천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했지만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발하면서 임기 말 백악관과 여당 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국방부에서 취재진에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병력을 재배치하라는 대통령 명령을 이행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닷새 전인 내년 1월 15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은 4,500명에서 2,500명으로, 이라크 주둔 병력은 3,0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대선 이후 불복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을 그에 대한 '충성파'로 물갈이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 비협조적인 관리들을 숙청하고 본인이 추구하는 의제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미 언론들은 사실상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감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감축 명령과 관련,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향후 몇 달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포함한 미 국방 및 외교정책에서 주요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감축 결정은 "동맹을 다치게 하고 우리를 해치려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맥 손베리도 성명을 내고 "테러 지역에서 미군을 추가 감축하는 것은 실수로, 협상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런 감축을 정당화할 어떤 조건이 충족된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매코널 원내대표가 권력 이양이 일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연방총무청(GSA)이 대선 승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이 행정부에서 다음 행정부로 질서 있게 이전되도록 할 것이고 모두 제때 이뤄질 것"라며 "다음 정권은 내년 1월 20일 들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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