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원, 10억 규모 창업 지원 사업 업체 합격 2주만에 '번복'

입력
2020.11.19 09:00
합격 발표 2주 뒤 갑자기 3개 기업에 "탈락" 통보
공진원 측 "다른 기관으로부터 중복 지원 받아서"
탈락 기업 "처음부터 지원 받은 사실 분명히 알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공진원)이 전통문화 분야 청년 초기 창업기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던 중 최종선정 대상 기업을 공고까지 한 뒤 그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17일 관련 업계에 잡음이 일고 있다.

이미 다른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창업 관련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은 당초 지원제외 대상이었으나, 공진원이 업체 선정을 맡긴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측이 참가 신청 기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최종 선정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문체부 주최, 공진원 주관으로 전통문화 관련해선 처음 시도한 '2020년 전통문화분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사업은 9월 말 공모를 시작했고, 이달 초 초기창업기업 부문에는 25개 기업이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총 사업 규모는 10억 원에 이른다.

선정된 기업은 공진원으로부터 평균 4,000만원의 지원금을 차등 지원 받게 된다. 공진원과 창업기업 사이에서는 초기 창업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과 컨설팅을 제공, 전문 보육을 담당하는 액셀러레이터 5곳이 중간 지원 역할을 했다.

아울러 이 액셀러레이터들이 기업 진단을 통한 창업 교육 및 멘토링, 투자 유치는 물론 사업성이 우수한 소수 기업들에게는 1억 원 상당의 직접투자 기회까지 제공할 예정이라 공모 초기부터 벤처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창업 기업 측 "우리가 중복 지원 사실 숨겼다고 떠넘겨 억울"

공진원 측은 2일 이들 기업 이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문제는 한참 후 일어났다. 지원 대상으로 뽑혀 홈페이지에 명단이 발표된 창업기업 중 3곳이 15일이 지난 이날에서야 취소 통보를 받은 것. 공진원 측은 해당 기업들이 과거 다른 중앙 부처 및 공공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원 대상에 뽑혔다 뒤늦게 탈락한 창업기업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탈락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으로부터 다른 주제의 창업 아이템을 제출해서 지원 받은 사실이 있다"면서도 "이 사실을 지원 서류에 분명히 밝혔고 이후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 심사 때도 또 다시 알렸다"라고 전했다.

수 없이 많은 창업 지원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진원이 말하는 '과거 창업 사업화 지원 사업'의 해당 기관과 사업이 어떤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고, 때문에 만약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심사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기업은 공진원 측에 공식 사과와 배상 및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기준이 애매해 일단 지원했고 선정 과정에서는 아무 말이 없어 2달 동안 이 사업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최종 합격 통보가 난 뒤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알려와 허탈했다"며 "심지어 (공진원이나 액셀러레이터 측에서) 우리가 일부러 숨기고 이중 지원을 받으려 했다는 식으로 나와서 속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공진원 "일부 액셀러레이터 검증 문제…사업 보완하겠다"

공진원 측은 전문성을 갖춘 액셀러레이터 5곳에 가이드 라인을 알려주면서 지원 업체 평가와 선정을 맡겼는데 일부 검증이 불충분했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 지원제외 대상엔 '2017년 9월 10일 이후 문체부 등 중앙부처, 공공기관의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기업 및 기 선정돼 사업을 수행 중인 기업'이 포함돼 있다.

공진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원금 중복 수혜 문제가 있어 안타깝지만 창업기업 선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관 기관으로서 최종선정 대상자를 발표하기 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공진원 측은 취소한 업체 3곳 대신 차점 순위 업체를 추가 합격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도 공공기관 자체 시스템에 업체 정보를 등록, 검토하는 중으로 최종 선정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더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액셀러레이터 측에서는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지원 제외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며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공진원 관계자는 "외부 용역을 통해 지원 대상 업체 선정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며 "내년도 사업부터는 검증 시스템과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평가 등 구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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