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과 관련, 미국을 배제한 국제 무역 규범 시행에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려는 의도지만 세계 경제에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규칙 마련을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RCEP 서명에 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아직은 당선인 신분이어서 각국 정상과 통화할 때도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을 감안, “우리는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 지역에서 유일한 경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결과를 좌우하게 하는 대신, 우리가 규칙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동맹과의 협력 방향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 골몰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앞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이 무역 질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은 앞서 15일 RCEP에 서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 탄생에 중국 정부와 언론은 미국에 대한 승리로 규정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건은 바이든 당선인이 TPP에 다시 복귀하느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할 목적으로 12개국이 참여한 TPP를 체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협정에서 탈퇴했다. 때문에 RCEP 서명에 따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조바심을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TPP 복귀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TPP 가입으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도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도 이날 TPP 복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한 채 ‘미 노동자에게 투자하고 이들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겠다’는 일반 원칙만 밝혔다. 그는 “나에게는 매우 철저한 계획이 있다.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