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당 소속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해 '대국민 사과'에 나설 의사를 내비쳤다. 취임 직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지만,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두고 당 지지율이 정체하는 상황에서 '중도층 복원'을 위해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7일 두 전직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사과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누히 비대위원장으로 올 당시부터 얘기해왔던 건데, 그 동안 여러 당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시기적으로 봐서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식'과 '시기'는 알아서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전날 당 비공개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지도부에 '가능하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로 사과 시점을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취임 때부터 중도 외연 확장에 주력해온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미 예고된 행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줄곧 '사법절차가 완료된 뒤'라는 단서를 붙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기가 빨라지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유죄 확정판결이 났지만,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현재 대법원의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법절차가 늘어져 시기가 너무 늦어질까봐 선제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 취임 직후 반짝 상승세를 타던 지지율이 최근 정체돼 있고, 일부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흔들기까지 진행되고 있어 이를 뚫고 나갈 카드를 김 위원장이 꺼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당 내부에는 과거 친이명박계나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있고,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적 판결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강하게 어깃장을 놓을 경우, 김 위원장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상대방의 낙인 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며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