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독학했다. 실력이 늘어 한국 책 번역에 나섰다. 2년만에 소설 4권, 에세이 3권, 시집 1권을 번역했다. K-도서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국 책 번역 인재풀이 적은 인도네시아에서 햐신타 루이사(25)씨는 귀한 존재다. 현지 한국 책 번역가의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를 만났다. 그는 감동(인도네시아어), 봄(일어), 날(한국어)을 뜻하는 하루(haru) 출판사 소속이다.
-한국 책 번역은 언제부터 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K-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혼자 배웠다. 2016년 서강대에서 한 학기 공부하기도 했다. 이듬해 10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최상급인 6급을 받았다. 한국어도 배우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일석이조라 여겨 2018년 출판사에 이력서를 냈고, 시험에 합격해 번역을 시작했다."
-어떤 책을 번역했나.
"'설렘주의보' '뼈' 등 소설 4권, '말의 내공'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에세이 3권,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번역했다. 보통 한두 달 안에 번역해야 하는데, 시집은 시어가 어려워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느라 6개월 걸렸다.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정미진 작가의 '뼈'는 번역하는 내내 몰입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11쇄까지 찍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다. 현재는 심리학 책을 번역하고 있다."
-한국 책 번역가는 몇 명이나 되나.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정확히 알 수 없다. 큰 출판사는 5명, 작은 출판사는 두세 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번역 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평균 번역료가 권당 200만루피아(약 16만원)다. 하루 통역 일당이 100달러(약 12만원), 제가 내는 월세가 250만루피아인 걸 감안하면 적은 액수다. 한국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쉽게 나설 수 없는 일이다. 번역은 배움이다."
-한국 책은 왜 인기가 있나.
"인도네시아는 팬픽션(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많은데 한국 소설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도 다양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또 한류 스타들이 소개하거나 읽은 책들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제게 '번역해줘서 고맙다'는 한류 팬도 많다."
그는 7월부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카르타 무역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돕는 일에 집중하는 틈틈이 번역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소망했다. "제가 번역한 한국 책이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고, 인도네시아 책도 한국에 많이 번역돼 이 땅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