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급격히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보다 강력한 추가 봉쇄조치를 예고했으나, 주(州) 정부들의 반발에 밀려 좌절됐다.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고, 가정 모임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등 봉쇄령에 따른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탓이다. 급기야 미디어를 동원해 자택 대기가 영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대국민 회유에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존의 ‘부드러운’ 봉쇄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제한을 공표하려 했지만 지방정부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내주 주 대표자들과 다시 만나 추가적인 봉쇄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가 내민 봉쇄조치는 개인 활동을 더욱 통제하는 방식이다. 개인적 사교활동은 2개 가구 이상 모이면 안 되고, 크리스마스 이브 때까지 어떤 종류의 행사도 자제하도록 했다. 일반 감기 증상만 보여도 최대 7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권하는 방침도 포함됐다. 앞서 독일은 2일부터 학교와 보유시설을 제외한 식당, 술집, 영화관 등을 폐쇄했다.
당초 독일은 봄철 코로나19 대유행 때만해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봉쇄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달 들어 2차 봉쇄령이 가동되면서 곳곳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라이프치히에선 수천 명이 모여 정부 통제 조치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은 “(시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경제를 죽이지 말라”고 규탄하는 300여명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레겐스부르크에서도 시민 1,000여명이 방역 강화에 항의했다.
그러자 독일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특별한 영웅들, 함께 코로나에 맞섭시다’라는 제목의 1분 35초짜리 TV광고 캠페인을 내보내고 있다. 광고에는 한 노인이 코로나19 시기에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피자를 시켜 먹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노인은 “밤낮으로 집에 틀어박혀 코로나19와 싸웠다”면서 “소파가 우리의 최전선이었고, 인내심은 우리의 무기였다”고 말한다. 곧 이어 “당신도 집에 머물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자막이 뜬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독일은 12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 2만3,462명을 기록하며 올해 3월 이후 최고 수치를 찍었다. 최근에도 연일 1만명 이상의 새로운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