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시킨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두고 '핵심이 빠진, 반쪽짜리 검증'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책 사업의 최대 관건이라 할 경제성 평가는 아예 하지 않는데다,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 및 소음 문제에 대한 결론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17일 검증위는 산악 장애물 존치를 전제로 수립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 기본계획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즉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안전 문제의 쟁점은 신설활주로 14방향(남동)이었다. 비행기 착륙시 인근 오봉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울산·경남 지방자치단체(PK)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산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국토부는 이착륙에 지장 없는 비행절차를 수립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맞서왔다.
이는 김해신공항 사업 여부와 직결된 논쟁이었다. PK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계획보다 비용이 치솟게 되고, 개항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증위는 신설 활주로의 안전성은 결론 내리지 않고, 국토부의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다. 검증위는 "산 등 자연장애물을 방치하고자 할 때는 부산시가 국토부 또는 사업시행자 등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산을 깎으려면 △사업 일정 △실현 가능성 △비용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성 검증 대신 절차만 따진 검증이 옳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2016년 발표한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는 "신설활주로 32방향(북서)은 이륙, 신설활주로 14방향은 착륙에만 사용하면 장애물(산)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이를 근거로 "국토부가 신설활주로 32방향 착륙 시에 문제 되는 장애물은 평가하지 않았다"는 PK의 주장을 물리치기도 했다.
또 다른 쟁점은 공항 소음 피해였다. 국토부는 현 법정 단위(WECPNL·웨클)로 소음 피해 가구를 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PK는 개항 시점이 2026년이니 2023년부터 바뀌는 법정 단위(Lden·엘디이엔)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K의 주장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에 따른 소음피해 가구는 국토부 산출보다 2.4배 늘어난 2,601가구가 된다.
검증위는 PK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현행 법 기준을 따른 것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검증위는 보고서에서 "웨클은 현시점 소음피해 파악 자료로 활용할 가치는 있다"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엘디이엔에 의한 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그간 정부가 진행했던 소음 관련 갈등해소 노력도 허사로 돌아갔다. 국토부가 구성한 신공항 건설 갈등관리 관련 포럼 위원이었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토부가 그동안 지역주민 설득을 많이 했고 보상 대책도 제안했으나, 정치인의 방해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해신공항의 장점이었던 경제성은 이번 검증에서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ADPi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예상 사업비는 2016년 기준 92억달러(약 10조1,936억원·활주로 2개)인 반면 김해신공항은 5조9,600억원이었다.
검증위는 다만 시설운영 및 수요 부분에서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김해신공항은 연간 3,800만명 처리가 가능하며, 미국 뉴욕행 등 장거리 노선도 운행할 수 있다"며 "다만 B737 등 대형 항공기 전용인 서편 유도로를 개항 시부터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균형발전 측면에서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번 검증 결과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 영남권 발전이 크게 이뤄질 텐데, 김해신공항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이 정권에 따라 줏대 없이 휘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앞으로 새 공항 후보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누가 해외 기관인 ADPi보다 객관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