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다.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더 강한 거리두기로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2단계로 격상할 경우 영업 금지 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우려, 경제와 방역의 균형을 맞추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해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19일 0시부터 1.5단계로 격상된다. 단 인천시는 23일부터 시행한다. 수도권 확진자 96%가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 차등 적용이다. 방역당국은 우선 다음달 2일까지 2주간 1.5단계를 적용하고, 확산 추이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것은 36일만이다. 수도권의 최근 일주일(11~17일) 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11.3명으로 1.5단계 격상 기준(100명)을 넘어섰고, 60대 이상 확진자 수도 39.7명으로 격상 기준(40명)에 근접하는 등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5.3명으로 격상기준(10명)을 초과한 강원도의 경우 영서 지역에 확진자가 몰려있다는 점을 고려해 도에서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시킬 시군구를 선정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1.5단계가 되면 유흥시설, 노래방, 실내스탠딩공연장, 오락실, 결혼식장, 학원 등은 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노래방과 실내체육시설내 음식섭취가 금지되고 식당과 카페는 테이블 간 1m 간격을 둬야하며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은 좌석 한 칸 띄어앉기가 적용되는 등 밀집도를 낮추는 방역이 추진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밀집도를 낮추는 1.5단계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발표하는) 전국 200명이 넘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치는 전파와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10일 전쯤에 감염된 사람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라 현재는 (감염자가) 500, 600명, 또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며 “환자가 폭증하면 조금 일찍 짧고 굵게 거리두기를 하는 게 나은데 여전히 똑같이(뒤늦게) 결정해 결과적으로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30명으로 나흘 연속 200명대를 기록했고, 더 늘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전날 “2~4주 후에는 (일일 신규 환자가) 300~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고 대유행을 우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2단계 이상의 거리두기를 적용해도 과잉방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1.5단계에서는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단계에서도 사회적 이동량이나 모임이 많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며 “2단계 정도 돼야 국민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와 방역에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1.5단계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단위 면적 당 이용객 수를 제한하는 정도지만 2단계는 많은 시설들이 영업을 못하거나 제한을 받는다”며 “우리 일상 생활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큰 만큼 우선은 1.5단계에서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방역의 효과를 거둘 수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기 위해서는 △1.5단계 기준이 2배 이상 증가 △2개 이상 권역에서 유행 지속 △전국 신규 확진자 300명 초과 중 한 가지가 충족돼야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상황에서 클럽 등 유흥시설 운영 전면 중단, 식당 노래방 공연장 실내체육시설의 오후 9시 이후 영업 중단 등의 2단계 방역조치를 취할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