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 가능성을 직접 일축하고 나섰다.
유 본부장은 17일 KBS 1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최종 단계는 누가 사퇴를 하는 것이 아닌 가능성 있는 후보를 대상으로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을 향한 미국의 지지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사무총장 선거에서 자신의 후보 사퇴는 없을 것이란 얘기로 풀이된다.
유 본부장은 특히 대세와 관계없이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를 완주할 것이란 의사 표시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1위 후보와 표 차이가 크게 나는 만큼 유 본부장의 사퇴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유 본부장은 “(WTO 후보) 사퇴는 1단계, 2단계 선거에서 그 다음 단계 선거로 진출하는 후보를 결정할 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유 본부장은 나이지리아 후보와 함께 1ㆍ2단계를 모두 통과,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다. 유 본부장은 “실제 표 차이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지금까지 WTO 의장단에서 표 차이를 공개하거나 말한 적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표 차이는 공신력 있는 근거가 아닌 만큼,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28일 WTO 사무총장 최종선거 결과 발표 이후 나온 첫 공식입장이다. 당시 최종 선거에서 유 본부장이 나이지리아 후보에게 득표 순에서 뒤지면서 후보 사퇴설이 불거졌다. 특히 미국이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미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나이지리아 후보로 미국의 지지를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에 유 본부장의 사퇴설이 수면 위로 부각됐다. 유 본부장은 이날 차기 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의 질문에 대해 “주요국들과 협의를 하면서 컨센서스 과정에 동참하겠다"며 “(컨센서스 과정이) 건설적인 협의를 하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WTO 사무국이 있는 제네바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로 회의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한미 외교관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기로 한 이상 미국의 의견을 배제한 채 독단으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원회의 내각 인선작업이 끝나지 않으면서, 현재 유 본부장을 향한 미국의 지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지를 협의할 한미 간 창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유 본부장으로선 바이든 행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결국 시간을 갖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해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우방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CPTPP 가입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할 것 같다"면서도 "RCEP과 TPP는 아시안 태평양지역의 무역 자유화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일부 언론이 유 본부장의 외교부 장관 발탁 가능성을 보도한 데 대해선 "전혀 뜻밖의 뉴스였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