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성장' 국내 스타트업, 세계적 화장품 회사와 손 잡았다

입력
2020.1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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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들과 세계적 화장품 회사 바이어스도르프, 공동으로 뷰티 브랜드 개발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세계적 화장품업체인 독일의 바이어스도르프와 공동으로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했다. ‘니베아’로 유명한 바이어스도르프가 외부 업체와 브랜드를 공동 개발한 것은 120년 회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과 국내 스타트업들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어스도르프는 국내 스타트업 3곳과 고급 화장품 브랜드 ‘차울’(Chaul)을 공동 개발해 18일 독일 본사에서 전세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개발을 주도한 곳은 바이어스도르프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만든 니베아 액셀러레이터(NX)팀과 여기 선정된 스타트업 라이클, 아이오앤코, 굿즈컴퍼니다. NX팀과 3개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개발담을 들어봤다.

차울은 특이하게 경남 하동에서 재배하는 차를 이용해 만든 발효 화장품이다. 개발을 주도한 김유나(29) NX팀 매니저는 “차에 들어있는 카테킨, 폴리페놀, 카페인 성분이 얼굴의 붓기를 빼주고 노화 예방과 피부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서 이를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며 “워터 에센스, 앰플, 영양크림 등 3가지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각 제품에는 차의 유효 성분이 54~80% 섞여 있어서 특유의 은은한 차향이 난다. 가격은 4만~6만원대로 프리미엄 제품에 속한다. NX팀의 조서연(26)씨는 “프리미엄 화장품이지만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라고 강조했다.

차울이라는 이름은 차(茶)를 마주한다(遇)는 뜻의 한자어로 NX팀의 최희준(24)씨가 지었다. 최씨는 “중국어 발음도 ‘차유’로 우리말과 비슷하다”며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한국적 이름을 찾다가 우리말, 영어, 중국어 모두 비슷한 발음이 나도록 지었다”고 설명했다.

개발은 총 1년 걸렸다. 원래 바이어스도르프는 화장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3년 걸린다. 각종 시험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차울은 빨리 개발됐다. 김 매니저는 “독일 본사가 큰 기대를 걸고 전폭적 지원을 했다”며 “독일 최고경영진들도 결과를 보고 아주 만족했다”고 전했다.

성분 개발은 바이어스도르프가 맡았고 용기 디자인과 판매 사이트 개발 및 운영,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활용한 사전 마케팅은 스타트업 3개사가 담당했다. 도자기를 닮은 용기 디자인은 화장품 커뮤니티 ‘언니의 파우치’로 유명한 스타트업 라이클, 판매 사이트 ‘차울 스킨케어’ 운영은 해외 70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B2B 사이트 ‘예스비’를 운영하는 아이오앤코, SNS에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마케팅은 화장품 앱 ‘우화만’을 제공하는굿즈컴퍼니가 각각 담당했다. 박수현(26) 라이클 디자인팀 매니저는 “바이어스도르프와 스타트업들이 서울 신촌 사무실에 모여 한 팀처럼 일했다”며 “바이어스도르프가 제품 안정성을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이번 브랜드 개발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합작해 변화를 꾀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좋은 사례다. 김 매니저는 “최근 인기 화장품은 스타트업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의 열정적 근무 방식과 아이디어를 배우고 싶었고 여기에 바이어스도르프의 오랜 경험과 기술을 녹였다”고 말했다.

바이어스도르프는 차울 제품들을 우선 국내에서 판매하고 내년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 맞춰 마스크팩 등 후속 제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김 매니저는 “피부 노화가 나타나는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남녀를 주 고객층으로 삼았다”며 “국내 스타트업들과 계속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건우(40) 아이오앤코 이사는 “이번 협업이 스타트업 입장에서 널릴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며 “중국 지사가 있어서 중국 판매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바이어스도르프는 SNS의 사전 마케팅 반응이 좋아 기대가 크다. 사전 마케팅을 진행한 굿즈컴퍼니의 유훈정(25)씨는 “유명인들이 제품에 대한 좋은 의견을 많이 공유했다”며 “반응이 좋아 다른 제품까지 마케팅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벌써 유명 유통업체서 입점 제의가 들어왔다”며 “차울을 니베아처럼 100년 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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