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ㆍPM)가 새로운 교통수단로 자리잡으면서, 안전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개인형 이동수단 활성화 및 안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PM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법을 적용한다. 지난해 11월 법을 개정해 전동 킥보드(E-sccoter), 전기 자전거 등의 보도(인도) 주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전동 킥보드 등은 차도나 인도에서 다닐 수 없고 오직 자전거 도로에서만 달릴 수 있다. 전동외륜보드(원휠) 등 일부 PM은 인도 주행을 허용했지만 최고속도를 시속 10㎞로 제한했다.
위반시 처벌도 강력하다. 전동 킥보드는 인도 등 금지구역 주행시 최대 2,000싱가포르달러(약 165만원)의 벌금 또는 최대 6개월 징역이 처해질 수 있고, 차도 운행이 적발돼도 5,000싱가포르달러(약 412만원) 또는 6개월 이내 징역 처분을 받게 된다. 전동 킥보드만 10만대 넘게 등록된 싱가포르는 전동 킥보드와 부딪힌 60대 자전거 탑승자가 사망하는 등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 같은 극약 처방을 내렸다.
PM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는 유럽에서도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규제 수위를 높였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동 킥보드에 대해 △인도 주행 △주행 중 핸드폰이나 헤드폰 사용 △시골길 주행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 135유로(약 18만원)를 부과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울러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일부 인도에서만 PM 주행을 허용하고, 이 경우에도 보행자 속도와 비슷한 시속 6㎞ 이하로 달리도록 규제한다. 독일도 프랑스처럼 PM의 주행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제한하고 있다. 금지구역 주행시 벌금 15~30유로(2만~4만원)를 부과하며 제한속도는 시속 20㎞이다.
호주 퀸즈랜드주(州)에서는 PM이 인도와 자전거 도로만 다닐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곳에 장애물이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차도 주행을 최대 50m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인도 주행시 속도가 시속 12㎞로 제한돼 한국의 공유 전동 킥보드(시속 25㎞)의 절반 수준이다. PM 운전은 16세 이상부터 할 수 있고 12~15세 이용자는 성인의 지도 하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야간 주행을 할 때는 PM 전방에 백색등, 후방에 적색등과 반사경을 꼭 장착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현재 전동 킥보드 등 PM이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배기량 125㏄ 이하 오토바이)’로 분류돼 속도제한이 없다. 원동기장치 자전거의 경우 면허만 있으면 16세부터 운전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법 개정으로 내달 10일부터는 전동 킥보드를 전기자전거(최고속도 시속 25㎞ㆍ총중량 30㎏ 미만)의 일종으로 간주해 △이용가능 연령이 16세에서 13세(중학교 1학년)로 낮아지고 △운전면허 없이도 탈 수 있고 △자전거도로 통행도 공식 허용된다. 전동 킥보드 인도 주행에 따른 범칙금도 4만원에서 3만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전동 킥보드의 인도 주행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자와 섞여 다닐 수밖에 없는 자전거ㆍ보행자 겸용도로 등에서는 전동 킥보드의 최고 제한속도(시속 25㎞)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자전거도로가 여의치 않으면 차도로만 다니도록 하고, 인도 주행은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