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여의도에 복귀했다. 2022년 대선으로 직행하겠단 뜻이 담긴 ‘희망22’ 이름의 사무실을 국회 앞에 열면서다. 경제 전문가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가 제일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으로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유 전 의원의 시선은 오직 대선을 향해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개혁 이미지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유 전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은 미묘하다. 유 전 의원은 그런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태도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유 전 의원은 반년 념게 여의도를 떠나 있었다. 다시 나타난 그의 일성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였다. 첫날부터 부동산 토론회를 열어 “문재인 정권이 걷어차고 끊어버린 주택 문제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야성(野性)'을 과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이고, 계파를 막론한 현역 의원 50여명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축사에서 “지향하는 바를 꼭 성취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응원했고, 주 원내대표도 “우리 당에서 (대선을) 재수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은데 꼭 성공해서 합격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선 예비캠프 격인 ‘희망22’의 이름은 유 전 의원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그는 “2022년에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꼭 해내겠다는 희망을, 국민의힘이 더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께 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선을 1년 반이나 남겨두고 유 전 의원이 ‘이른 복귀’를 택한 것은 경제 전문가인 자신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란 판단에서라고 한다. 서울시장 선거 레이스가 예열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유 전 의원 의사와 상관 없이 그를 서울시장 선거에 떠미는 힘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16일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유 전 의원이 헌신해줬으면 하는 공감대가 있다”며 “우리가 유 전 의원을 직접 만나 설득해보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구 태생에 대구에서만 4선을 하긴 했지만, 중도진보 성향 젊은 층이 선호한다. '서울시장 필승 카드'로 꼽히는 이유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한다면 경선 없이 추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유 전 의원 본인의 의지다. 유 전 의원은 “다음 대선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오래 전부터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측근들의 공통된 말이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서울 의원들이 한 몸이 돼 설득해도 가능성이 희박한데, 지금 서울시장 출마를 주장하는 건 주로 영남권 인사들"이라며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측근 의원도 “유 전 의원이 강력한 대선 주자라 견제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