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도입되면 소득 감소? 윤희숙 발언에 불붙은 논란

입력
2020.11.17 04:30
전문가 "감소는 팩트...25%까지 줄 수도"
중소기업 56%는 "계도 기간 연장해야"
다만 주52시간은 "가치 판단의 문제"지적도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이 줄 경우 시간당 급여는 변하지 않겠지만 초과수당이 감소해 소득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유감입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시무 7조'의 작성자 조은산씨의 질문에 답한 것을 계기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인한 소득 감소 논란이 재점화 됐다. 윤 의원이 ‘주 52시간 유예가 전태일 정신’이라고 주장한 것은 ‘무리수’라며 야당에서도 비판하지만, 주 52시간제 적용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50~299인 기업 측은 소득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계도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제도 도입 초기부터 제기된 일부 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는 노사정 모두 이견이 크지 않다. 노동계에서도 시급으로 임금을 받거나 임금 중 기본급이 적고 초과 근로수당의 비중이 큰 근로자의 임금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로 시급을 적용 받는, 일하는 시간만큼 소득이 생기는 저임금 노동자가 주 52시간제 적용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초과 근로시간이 주당 8~16시간임을 고려하면 월 소득이 20~25%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초과 근로를 할 경우 통상임금의 50~100%에 해당하는 가산수당을 받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와 주 52시간 상한제의 적용'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식료품, 고무 및 플라스틱, 1차 금속, 자동차 및 트레일러) 분야 8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비슷했다. 이들은 일주일 평균 10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하고 있었고, 전체 급여 중 초과 급여 비중은 13~17% 수준을 차지했다.

중소기업 "계도 기간 연장" 정부 "연장 검토 안해"


중소기업들은 특히 올 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을 고려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또 다시 유예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공개한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계도 기간 연장을 요청한 응답이 56%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44%)보다 높았다. 윤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개인 삶의 질을 개선하기도 하지만 저소득층일 경우는 소득 감소를 만회하려면 투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사안별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보다 특정 기준일까지 노동 규제를 유예하는 게 더 예측가능한 정책 집행"이라고 말했다. 김승택 선임연구위원은 "계도 기간을 일괄 연장하기 보다, 월급 체계가 시급이거나 초과 근로수당이 없으면 소득이 특정 기준 이상 감소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한해 적용을 연장하거나 특별연장근로를 기업이 아닌 근로자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더 이상의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0~299인에 대한 주 52시간 계도 기간 연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계도 기간 연장보다는 탄력근로제 입법 등으로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다만 가치 판단의 문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도 "수입 산정이 근로시간에 연동돼 있어 임금 하락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양으로 일하던 것을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에서,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노동시장을 위해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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