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의 한 주간 일 평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6일 0시 기준 99.4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전환 기준인 100명에 사실상 도달했다.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된 지 불과 35일 만이다. 강원도는 이미 사흘째 1.5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했고, 전국적으로도 사흘 연속 200명대 신규 환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 4주 후에는 (일일 신규 환자 수가) 300~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통해 수도권과 강원지역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격상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223명 늘어 누적 2만8,769명에 달했다. 주말 검사자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에 200명대 환자가 발생한 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이 한참이던 8월31일(248명) 이후 처음이다.
아직 일별 환자 발생으로는 앞선 대유행에 미치지 못하지만, 상황은 한층 심각해졌다. 지금까지의 유행은 특정 집단 혹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환자 발생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비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1주(11월8~14일)간 확진 판정을 받은 1,054명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집단발생이 349명으로 33.1%를 차지했고, 선행 확진자 접촉도 257명으로 24.4%에 달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사이 수도권과 강원지역은 각각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섰다. 최근 한 주(11월10~16일)간 전국 일평균 확진자 수는 144.1명으로, 수도권이 99.4명, 강원은 13.9명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1.5단계 격상 기준인 100명에 아슬아슬하게 미치지 못했지만, 강원은 기준인 10명을 넘어선 것이다. 개편된 거리두기 체제에서는 단계 격상시 확진자 수 외에도 60대 이상 환자 비율 등 7가지 보조지표를 감안하도록 하고 있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만큼 17일에는 단계 격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수·금·일요일 중대본 회의를 여는 정세균 총리가 17일(화요일)에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단계 조정과 같은 중대한 사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6일 생활방역위원회 회의 결과를 감안해 최종적으로 격상 여부를 결론짓게 되지만, 사실상 이날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잠정적으로 1.5단계로의 조정을 결정했다.
1.5단계 격상시 집회 등 일부 행사가 금지됨은 물론, 스포츠 관중도 50%에서 30%로 제한된다. 학교는 밀집도 3분의 2 원칙을 준수해야 해 전면등교가 불가능해지며, 종교활동은 정규행사 인원의 30%까지만 참석 가능하다. 노래연습장이나 헌팅포차 등 중점관리시설의 이용인원 제한이 확대되며 클럽에서의 춤추기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활동은 금지된다. PC방이나 결혼식장 등 일반관리시설도 면적 4㎡당 1명 등으로 이용인원이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는 정부가 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 상황을 볼 때 대응이 조금만 더뎌도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이는 곧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져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이 나빠질 때는 단계 격상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야하는 반면 내릴 때는 신중하고 천천히 해야 한다"며 "늑장을 부리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회경제적 타격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