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신라 무덤서 '중국제 금동 허리띠' 나왔다

입력
2020.11.16 16:37
지금껏 김해 가야 고분서만 출토
“신라 대외교류 연구 새 발판 마련”


지금껏 김해 가야 무덤 유적에서만 확인되던 3~5세기 중국제 금동 허리띠 장식이 경주 신라 무덤에서도 나왔다. 해당 시기 신라와 중국 간 교류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경북 경주 쪽샘 지구 유적의 L17호 목곽묘(木槨墓ㆍ덧널무덤)에서 중원식 금동 허리띠 장식이 출토됐다고 16일 밝혔다. 중원식 허리띠 장식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양진(兩晉)에서 제작된 허리띠 장식을 가리킨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중국식 허리띠 장식은 L17호 주곽(主槨ㆍ주검을 넣는 공간) 서쪽에서 2개 조각으로 출토됐다. 금동으로 제작됐고 용(龍)문양이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는 없지만 몸통과 발, 꼬리 부분이 남아 있다. 유물의 잔존 형태로 미뤄 허리띠 겉을 꾸미는 쇠붙이인 과판(銙板)과 길게 늘어뜨리는 드리개로 추정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런 허리띠 장식은 중국에서 제작돼 한반도로 수입된 최고급품 중 하나로, 경주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이런 허리띠 장식은 국내 무덤 유적 중 3~5세기 금관가야 무덤 유적인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만 확인됐다”며 “신라 대외 교류 연구의 새로운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출토된 마구(馬具)와 토기도 흔한 유물은 아니다. 마구는 재갈, 안장 부속품으로 추정되는 사각형 금구(金具ㆍ고정 장치), 심엽형(心葉形ㆍ둥근 하트 모양) 철기 등 다양한 형태다. 이들 유물은 장식성이 강한 게 특징이고, 경주 지역에서 파악된 이런 조합 사례들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편이라는 게 연구소 분석이다.

‘고식 도질토기’(고온의 가마에서 구운 단단한 토기)는 여태 출토 양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량이 발견됐다. 그 중 손잡이 화로형 그릇받침, 짧은 목항아리, 통형 굽다리접시, 소형 그릇받침 등은 김해, 부산, 함안 등에서 발견된 것들과 형태가 유사해 당시 지역별 토기 교류 양상 연구에 요긴하게 활용되리라는 게 연구소 전망이다.

주곽과 더불어 부장품을 넣는 부곽(副槨)을 따로 조성한 쪽샘 L17호의 제작 시기는 4세기로 추정된다. 주곽 묘광(墓壙ㆍ무덤 구덩이)은 길이 8.5m, 너비 4.1m이고 부곽 묘광은 잔존 길이 2.7m, 너비 4.1m다. 경주 지역에서 발견된 목곽묘 중 전체 면적이 가장 크다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발굴 조사 때 이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보존 처리를 거쳐 최근 복원이 완료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쪽샘 L17호 목곽묘는 신라 중심고분군에서 발견된 최대 목곽묘”라며 “무덤 규모와 출토 유물의 상태로 볼 때 당시 신라 최상위 계층의 무덤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L17호 목곽묘 조사 성과 설명회를 17일 오후 2시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권경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