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을 강조해 온 혜민 스님이 때아닌 부동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집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그의 평소 언행과 맞지 않는 모습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종교인이 돈을 버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혜민 스님을 옹호했다.
15일 혜민 스님이 삼청동 집을 공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SNS에선 여전히 그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현각 스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혜민은) 단지 사업자나 배우일 뿐"이라는 비판 글을 올려 여론은 더 뜨거워졌다.
혜민 스님은 앞서 7일 방송된 tvN 온앤오프에서 자택과 함께 일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집이었다.
이에 평소 비우기와 내려놓기를 강조해 온 그의 행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혜민 스님은 대표작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적었다. 이 문구는 지금도 혜민 스님의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혜민 스님은 5년 전 일상에서 정치와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비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며 사회를 걱정하는 게 삶이 풍요롭지 못한 탓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은 2015년 11월 트위터에 "자기 삶의 내용이 풍요롭지 못하면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밖에 할 이야기가 없게 된다"며 "쉬는 날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지 마시고 책을 한 번 사 보세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삶에 즐거운 자극을 주면 내가 확장된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내 삶의 내용이 알차면 남 일에 거품 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당시 이에 대해 "정치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인데, 삶에 능동적이라면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혜민 스님은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인 자신이 올린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앞전에 쓸 데 없는 글을 올려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다. 죄송하다"며 "제 생각이 짧았다. 두 손 모아 참회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누리꾼들은 이에 방송 영상과 현각 스님 글을 공유하며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대체로 "그동안 거짓말을 해 온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혜민스님은) 자신이 예쁘게 사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세속적 욕망이 앞선 것"이라며 "사람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도취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실수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무소유와 힐링을 전하면서 풀 소유를 했다니.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속물적인 모습이었다"(s*******), "스님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까운 것 같다. 참선을 하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거나 유명해지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m*******), "방송과 언론 노출이 도를 넘었다. 정진하여야 한다"(t*******)"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혜민 스님의 미국 국적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계 외국인을 비난하는 표현인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비꼬았다.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난 혜민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민을 떠났다. 하버드대에서 종교학 석사를 받았고,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현재 미국 국적자다.
반면 일부는 "스님은 돈을 벌면 안 되는 거냐"며 비난 여론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지혜를 방송과 책으로 나눠줄 수 있는 것인데, 늘 공짜로 나눠야 하느냐"(a*******), "수행하는 사람들은 전부 가난해야 속이 후련한가. 남들에게 깨우침과 기쁨을 준다면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0*******)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혜민 스님 개인 문제가 아닌 불교계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불교계에 겉으로는 덕 높은 승려인 양 행동하면서 실제 돈과 권력, 명예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자들이 부지기수"라며 "큰 스님이란 이들의 탐욕스러운 이면을 안다면 그나마 혜민 스님은 말과 책으로 자신의 낮은 살람 살이를 드러낸 순진한 좁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