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두 장수를 잃은 상황과 흡사하다고할까. 내년 국비 확보가 걱정입니다”
13일 충북도청의 한 간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장수에 비유한 두 사람은 정정순(더불어민주당ㆍ청주 상당)ㆍ박덕흠(무소속ㆍ보은옥천영동괴산)국회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를 받던 정 의원은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가족회사의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에 휘말린 박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이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몸을 잔뜩 사리고 있다.
두 의원의 활동 공백으로 충북도는 속이 탄다. 내년도 국비 확보를 결정할 국회 예산심사가 한창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정부예산안 심사는 13일까지 각 상임위를 거쳤으며, 16일부터 예결위 소위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실 이번 국회 예산심사를 앞두고 도는 두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정 의원은 충북 유일의 여당 소속 국토위 소속이다. 국토위는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소관 상임위로, 굵직한 지역 현안 사업비를 따내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게다가 정 의원은 청주부시장, 충북 행정부지사를 지내 누구보다 지역 현안 사업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의 빈 자리를 도가 더더욱 아쉬워하는 이유다.
3선 중진인 박 의원의 공백도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5년간 국토위에 몸담았던 그는 여야를 떠나 누구보다 지역 현안을 챙기는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특혜수주 의혹과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린 이후 그의 활동력은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상임위 예산심사 참석이 저조했던 그는 최근 “예결위의 다른 의원을 통해서라도 충북 현안을 챙기겠다”는 뜻을 도에 전해왔다.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이시종 지사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뛰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도 간부들은 매일같이 국회를 찾아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중앙부처 가교 역할을 하는 도 서울세종본부 직원들도 수시로 국회를 오가며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와 지역구민의 눈은 냉정하다. 의혹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원 업무 공백을 초래한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고 뽑아 준 국회의원이 비리에 휘말리는 바람에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이 8명 밖에 안 되는 충북에서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몇개월 안돼 2명이나 비위 등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계획대로 따내려면 지역구 의원의 도움이 절대적인 게 사실”이라며 “두 의원의 의정 공백으로 예산확보 작업이 힘에 부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