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대만의 반(反)중국 민주화 운동가들 일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리에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대(對)중국 강경 노선이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을 탄압하는 중국에 제재를 가했고, 대만에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했다"며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에 강경한 노선을 취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운동가들은 대중국 포용 노선으로 돌아갈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독립을 지지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중국이 반중 (反中) 세력을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투자·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혜택을 주는 '특별지위'를 폐지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자유언론(Hong Kong Free Press)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홍콩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에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중앙당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선거 결과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대선 전에도 홍콩과 대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보다 인기가 높았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트럼프가 이기길 원하는 응답이 42%였던 반면 바이든은 30%에 그쳤다. 홍콩에서는 바이든이 42%로 트럼프(36%)보다 앞섰지만 격차가 크진 않다.
홍콩과 대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가짜뉴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은 "홍콩과 대만 사람들이 미 유권자들을 겨냥한 가짜뉴스 운동의 '공동 피해자'가 됐다"며 "이는 주류, 극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 주재 언론인인 사샤 라마니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파적 시각의 왜곡된 주장이 홍콩에 이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에 진심으로 놀랐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10년간 생활한 스웨덴 출신 언론인인 요한 나이랜더는 "미 대선 이후 홍콩에서 크나큰 분노와 공격성을 목격했다"며 "한 민주화 운동가는 '폭스뉴스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매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민주화 운동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는 건 아니다. 워싱턴 주재 홍콩독립관련 단체 '홍콩민주위원회'의 설립자인 사무엘 추는 1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단순히 '트럼프냐 바이든이냐'에 초점을 두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스트롱맨'에 대적할 미국의 또다른 '스트롱맨'을 뽑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중 인사인 홍콩 민주당 람척팅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누가 이기든 미국은 향후 5년간은 중국과 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일한 차이점은 트럼프의 접근법이 조금 더 극명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홍콩과 대만인들에게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이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바이든 당선인이 '태평양 동맹국들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의 공동 번영, 안보, 가치를 증진시키고 대만과의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라고 칭하며 중국의 신장 지역 행동을 규탄한 것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