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55) 영국 총리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1)의 입김이 심상치 않다. 총리의 최측근인 총리실 공보국장의 사직이 사실상 시먼즈와의 불화끝에 사실상 쫓겨났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총리실 공보국장인 리 케인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케인은 성명에서 "오늘 신중한 검토 끝에 공보국장직을 사임했다. 연말에 자리를 떠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존슨 총리의 고문으로 일한 건 특권이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성명을 통해 "케인은 진정한 동맹이자 친구"라며 "특별한 봉사활동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총리실 공식 대변인인 제임스 슬랙이 후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케인은 존슨 총리가 외무장관이던 2018년부터 총리를 위해 일했고 때로는 무보수로 그의 곁에 머문 충실한 동맹자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케인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준 몇 안되는 측근 중 한명이다.
사실 케인의 업무 스타일은 주변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일부 의원들은 그가 의회에서 결정을 내릴 때 야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케인의 사임에는 시먼즈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존슨 총리가 케인에 선임보좌관을 맡기려 하자 시먼스가 반대했고, 암투 끝에 케인이 총리실을 떠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홍보전문가 출신으로 보수당의 홍보책임자로 일한 바 있는 시먼스는 애초부터 케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후문이다.
시먼즈의 '파워'는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증명됐다. 환경보호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먼즈는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특정 브랜드를 거론하며 '원숭이 노동력을 사용해 코코넛 제품을 만든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영국과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영국 유통업체들의 판매 중지에 태국 정부가 나서 원숭이 주인들은 원숭이들을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았다면서, 원숭이들은 코코넛을 따기 위해 잔혹하지 않은 방식으로 훈련받았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코코넛 밀크 생산업체인 '테파둥포른 코코넛'은 논란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다.
시먼즈는 워릭대에서 미술사를 전공, 현재는 환경보호단체 '오세아나'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존슨 총리와 약혼한 시먼즈는 지난 4월 29일 존슨 총리의 '늦둥이 아들'을 출산했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우닝가에 입성한 첫 번째 커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