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병역기피자로 취급된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의 입국을 계속 금지해야 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사증(비자)을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경하게 답변했다. 그러자 유승준은 '잊혀진 중년 아저씨에 불과한' 자기가 무슨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어 입국을 금지하느냐고 항의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병역을 면한 것은 2002년의 일이다. 법무부장관은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그를 입국 금지 대상자로 결정했다. 그 후 그는 18년이 넘도록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는 2015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로부터 재외동포 사증 발급을 거부당한 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7월 대법원은 총영사의 처분이 적법했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다. 그에 따른 환송심 판결이 지난 3월에 확정됐다. 그러나 LA총영사는 사증 발급을 또 거부했고, 유승준은 제2차 소송 라운드에 돌입한 상태이다.
재외동포법은 병역 의무가 해소되지 않은 사람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적을 상실한 경우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지만 41세(유승준 사증발급 거부 당시는 38세)에 달하면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재량을 허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영사는 입국 금지가 비례의 원칙에 합치하는지, 사증 발급 거부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처분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보다 큰지를 판단하지 않고 13년 7개월 전의 입국 금지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잘못된 처분을 했다고 대법원은 보았다. 판결의 논조는 유승준에 우호적이지만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해 입국 금지의 비례성을 검토하고 사증 발급 거부 이유를 설시해 서면으로 통지하는 경우에도 사법부가 자기의 판단으로써 행정청의 판단을 갈음해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증 발급 거부는 영토 밖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행정처분이다. 많은 나라에서 그러한 처분은 법원에서 다투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입국하려는 사람을 맞이하는 내국인의 권리 침해를 다투는 소송 전략을 택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미국 이민 당국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어니스트 만델의 사증을 거부하자 그를 초청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기본권 침해를 주장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민정책에 전권(全權, plenary power)을 가지는 연방의회가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했고 법무부장관이 선의로 정당하게 그 권한을 행사한 이상 법원은 그 조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승준의 사례는 단지 그를 입국시킬 것이냐의 문제를 넘어 국적법의 근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유승준이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자동적으로 우리 국적을 상실시키는 법제 때문이다. 외국에 귀화해도 우리 국적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많은 재미동포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지만 국민 정서가 이를 어렵게 한다. 2005년 법무부는 국적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여러 유형의 복수국적(이중국적) 허용안을 검토했는데, 외국에 귀화한 사람이 국적을 유지하는 것을 용인하는 방안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가장 크다고 조사되어 그것을 국적법 개정 구상에서 배제했다. 한번 한인이면 영원한 한인이라는 생각으로 재외동포법을 제정해 글로벌 코리안을 만들어내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 귀화한 한인이 대한민국 국적도 보유하는 것은 박쥐와 같은 이중적 행태라 보고 금지해 달라고 주문한다. 그 결과 국민의 의무를 면탈하고 국가의 대인관할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쉽게 용인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