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치면 치매 예방되나요?

입력
2020.11.12 19:21
매일 일기 쓰는 습관 가져야


치매가 국민병이 되지 오래다. 지난해 치매로 진료 받은 환자가 80만명으로 연평균 16% 증가해 2009년보다 4배가량 늘었다. 2019년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도 27만6,045명으로 최근 10년간 19배 정도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치매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혈액검사로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임상 연구로 증명됐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뇌파 분석으로 정확도 높은 치매 위험 예측 진단을 통해 치매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혈장 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를 밝혀내 진단키트를 상용화하게 됐다. 윤 교수팀은 또한 최근 AI 뇌파 분석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인 ‘아이싱크브레인(iSyncBrain)’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에 대한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윤 교수는 “정확도가 높은 AI 뇌파 분석 검사와 간편한 혈액검사만으로 치매 위험을 예측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조기 치료를 통해 중증 치매로 악화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진단에 있어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하기 전에 비교적 저렴한 뇌파 검사와 혈액검사로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어 치매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치매는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고 증상들의 모임을 일컫는 말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에는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 질환(혈관성 치매)에 의한 치매가 있다. 두 질환이 치매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밖에 뇌 손상을 일으키는 모든 신경계 질환(파킨슨병,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 치매, 신경계 감염과 염증 등), 호르몬 장애, 비타민 결핍이 치매 원인이다.

혈관성 치매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지고 막혀서 뇌로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뇌세포가 죽어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얼굴이 돌아가기도 하고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하며 아무 신경학적 증상 없이도 치매가 생길 수 있다.

혈관성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며, 조기 발견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하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젊어서부터 혈관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심장병ㆍ흡연ㆍ비만ㆍ운동 부족 등 혈관을 지저분하게 할 만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 100명 중 5~10명 정도에서 발병한다. 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건강한 뇌세포가 유전자 이상으로 이상단백질을 만들어서 뇌세포가 사망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뇌 혈액순환 장애가 발병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력이 높거나 지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에서는 발병률이 낮았다.

윤 교수는 “나이 들어서도 삶의 목표를 세우고, 외국어를 배운다든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적극적인 생활과 두뇌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병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글을 읽고 쓰는 창조성을 요구하는 뇌 활동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기에 노년이 되어서도 저녁 취침 전 하루 일과를 돌이켜보며 어릴 때처럼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지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 규칙적인 운동이 치매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발병과 진행을 늦추기에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 교수는 “고스톱은 전체 판세를 읽고 책략을 구사하며 점수를 계산하는 두뇌 활동을 요구하는 오락으로써 노인에게서 인지 기능을 증진할 수 있지만 고스톱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고스톱이 일부 뇌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높이지 않고, 고스톱만 잘 치는 치매 환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